편견 깬 파이터 추성훈이 은연중에 드러낸 인텔리적인 매력(‘피지컬:100’)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서 돋보인 추성훈의 재능

2023-02-20     박생강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은 누구나 알다시피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닮은 점이 많은 예능이다. 극한의 상황에 강한 체력을 지닌 참가자를 밀어 넣고 그곳에서 승부를 가른다. 계속해서 탈락자가 생기며 살아남은 한 사람만 거금의 상금을 쥔다.

하지만 비단 이런 점만이 닮은 건 아니다. 사실 해외에서 <오징어게임>이 먹힌 이유 중 하나는 생존 게임에서 중간 중간 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휴머니즘 정서에 대한 공감이었다. <피지컬: 100>도 회차가 진행될수록 피지컬 강자들의 대결만이 아니라 이들의 협동과 끈끈한 우정이 시청자에게 공감대로 다가온다. 오히려 이런 점이 <오징어게임>과 더 닮아 있고, 이 대결 예능에 울림이 있는 이유기도하다.

또 <피지컬: 100>은 경쟁 게임인 동시에 피지컬의 강자들이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도전하는 게임이기도하다. 그렇기에 출연자 모두의 토르소와 탈락의 경우 그 토르소를 망치로 부수는 설정은 꽤 인상적이다. 나의 한계에 도전했지만, 그 실패는 게임에서의 실패인 뿐 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시원하게 나의 토르소를 깨고 더 나은 나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굉장히 멋지게 보인다.

다만 <오징어게임>과 달리 <피지컬: 100>은 드라마적 서사가 없기 때문에 단조로움의 위험이 있던 예능이었다. 유명한 피지컬 강자들이 출연하지만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긴장과 이완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더구나 피지컬의 강자들답게 출연진들은 남녀 불문 경쟁의 호르몬이 넘치는 인물들이다. 그러다보니 인터뷰와 표정에 내내 결의와 파이팅이 넘친다. 허나 모두가 똑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심심해지는 법.

<피지컬: 100>의 추성훈은 진행자 없이 강강강강으로 달릴 위험이 있는 이 프로에서 변주자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다고 추성훈은 이 프로그램의 빌런도 아니고 셀럽의 강점을 이용해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다. <피지컬: 100>에서 추성훈은 영리하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그가 인터뷰 내내 종종 말했던 것처럼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추성훈은 에너지 넘치는 출연진들 사이에서 팀원들을 영리하게 조율하고 전략을 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피지컬: 100>에서 추성훈의 영리한 전략들은 이 힘쓰는 예능에서 전략 짜기 예능으로 변주의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피지컬: 100>의 중간부터 강조되는 팀워크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추성훈이 우리가 편견을 갖고 있던 강한 파이터의 리더는 아니다. 팀을 조곤조곤 다독이는 것은 물론 인터뷰와 게임 방식에서도 자신의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드러냈다. 높은 곳에서 흔들리는 다리를 건널 때 무서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무조건 빨리 달려 다리를 건너는 이들과 달리 폼은 안 나지만 무릎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취했다.

한편 추성훈은 인터뷰에서 각 게임의 난이도나 출연진이 지닌 능력의 장, 단점에 대해 심판처럼 차근차근 짚어주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피지컬: 100>은 MC 없는 예능이었지만 은연중에 추성훈이 진행자의 역할까지 맡아준 셈이다.

추성훈은 네 번째 퀘스트: 시지프스의 형벌에서 탈락해 최후의 5인의 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피지컬: 100>을 통해 추성훈은 장년의 나이에 게임에서 맹활약을 한 것은 물론, 은연중에 방송인으로서 능숙하고 인텔리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