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없는 ‘카지노’ 시즌3? 누가 그의 아우라를 대체할 수 있을까

‘카지노’ 엔딩, 최민식으로 시작해 최민식으로 끝났다

2023-03-23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실로 최민식 파워라고 해야 할까. 디즈니 플러스 <카지노>가 시즌2로 차무식(최민식)의 서사를 마무리 지었다. 시즌1 8부작이 다소 느린 전개와 공개로 애초 기대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시즌2 8부작은 마무리를 향해 치닫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서사에 속도감이 붙었다.

처음에 3회차를 한 번에 공개하고 나머지는 매주 1회씩 공개하는 방식 때문에 기다리다 숨이 막힌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 시즌2까지 전편이 공개되어 단번에 몰아볼 수 있게 됐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일주일 동안 다른 콘텐츠들을 봤던 시청자들에게 매주 1회씩 공개되는 영상은 몰입감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전편이 다 공개된 지금이 훨씬 더 <카지노>를 재밌게 볼 수 있는 적기다.

시즌1이 차무식이라는 인물이 필리핀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카지노 대부가 되어가는 입지전적인 과정을 그렸다면, 시즌2는 이미 대부가 된 차무식에게 벌어진 한 사건으로 인해 공고해 보였던 그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욕망이 만든 엇나간 선택이 엄청난 위기를 만들고, 의리로 뭉쳐 있던 식구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면서 파국을 향해 간다.

이 추락의 과정에서는 코리안 데스크로 필리핀에 들어와 현지 경찰과 함께 차무식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오승훈(손석구)의 존재감이 좀 더 드러난다. 시즌1에서 손석구의 비중이 너무 작다는 불만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시즌2에서는 그래도 비중이 훨씬 커졌다. 이야기 자체가 차무식의 추락과 오승훈의 추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그 엔딩이 차무식의 최후일 수밖에 없다. 카지노 대부로서 승승장구하는 그 과정이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결국 느와르이고 범죄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정점에서 끝장나는 순간이 엔딩이 되는 건 장르의 공식이다. 중요한 건 과정인데, 위기에 처하는 차무식이 그 과정을 돌파해나가는 이야기가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재미요소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카지노>는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가 보여주는 얼굴 표정 하나, 까칠한 피부부터 끝부분으로 가서는 걷는 것조차 불편해 보이는 모습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불쑥 나온 배까지, 차무식이라는 카지노 대부의 면면을 최민식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캐릭터화된 과장된 모습이 아니라 진짜 대부 같은 인물을 구현해낸 것.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도 때론 인간적인 면모를 더해 엔딩에 가면 마치 슬픈 짐승 같은 초라함과 쓸쓸함이 극대화되어 그려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차무식의 최후를 끝으로 시즌2를 끝낸 <카지노>가 시즌3를 예고하듯 내놓은 새로운 인물들이 과연 최민식이 만들어낸 이만한 아우라를 이을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생긴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장준(이제훈)이 등장했고, 그가 모시는 보스(최무성)가 필리핀에 카지노를 열고 이를 통해 인터넷 카지노를 하는 새로운 판이 제시됐다. 그 판에 미국 라스베카스에서 카지노를 하는 인물로 정팔(이동휘)이 등장하고 오승훈은 이 인터넷 카지노 사건을 맡게 된다.

사실상 시즌3를 예고하는 듯한 새로운 판의 제시다. 하지만 특별 출연으로 마지막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준은 이제훈이 맡아서인지 어딘가 <카지노>보다는 <모범택시>가 자꾸 떠오른다. 게다가 지금까지 달려온 차무식 같은 입지전적인 인물의 서사가 이 인물에서 기대되진 않는다. 만일 시즌3를 하게 된다면 차무식 같은 또 다른 인물의 창출이 <카지노>라는 작품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전개와 공개 과정에 있어서 효과적인 전략을 보였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시즌2로 일단락된 <카지노>는 나름의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마무리됐다. 거기에는 차무식이라는 압도적인 캐릭터와 이를 생생하게 살려낸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의구심이 생긴다. 차무식 같은 캐릭터와 최민식 같은 배우 없이 <카지노>가 다음 시즌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