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는 과연 매출 700만원 찍을까, 시청자도 과몰입 된다는 건

이서진의 과몰입 덕분에 ‘서진이네’에 생긴 새로운 관전잼 ‘서진이네’, 이서진의 입꼬리와 뷔의 상황극 사이

2023-03-25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형님 죄송한데 이거 예능 아니에요?” tvN <서진이네>에서 이서진이 매출에 대한 과한 집착(?)을 보이자 뷔가 웃으며 그렇게 콕 집어낸다. 너무나 장사가 잘 돼서 직원들이 힘들어했던 날, 직원 복지를 위해 다음 날은 쉬자고 호기롭게 말했던 이서진은 쉬고 난 다음 날 장사가 안되자 그렇게 하루를 쉬었던 게 큰 실수였다고 아쉬워했다. 잘 될 때 몰아쳤어야 했다는 것.

나영석 PD까지 나서서 ‘해피 아워’니 ‘드링크 프리’니 ‘20% 디스카운트’ 같은 영업을 붐업 하기 위한 제안을 했지만, 이서진은 조목조목 그게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제안을 거절했다. 이서진은 일주일간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하는 서진이네 분식점을 통해 얻고 싶은 총매출 목표가 있었다. 10만 페소. 우리 돈으로 약 700만원이다. 하루 잘 될 때 1만 페소 정도를 벌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목표치가 높은 편이다.

다른 직원들이 농담도 섞어가며 새로운 메뉴 제안이나 영업 관련 아이디어를 내놓곤 했지만 이서진은 웃음기를 빼고 진지했다. 뷔가 “이거 예능 아니에요”라고 물은 건 그래서고, 박서준 역시 “형 확실히 과몰입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우식은 “저희 영업 한 3일만 더 하면 제가 알던 형이 없어질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서진이네>는 확실히 해외에서 가게를 열고 외국인 손님들을 받아 음식을 내놓고 그 리액션을 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윤식당>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윤식당>과의 차별적인 몰입감을 생기는 건 이서진 덕분이다. 이건 분명 예능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모두가 진지하게 임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매출에 대한 과몰입을 하지는 않는 반면(그건 직원이라는 위치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서진은 다르다. 그는 처음으로 맡게 된 대표라는 책임감 때문에 어떻게든 매출 목표를 찍고 싶어한다. 그것이 한식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고.

이서진의 과몰입은 이 프로그램에 진지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능적으로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그건 이서진과 직원 사이의 대비효과다. 손님이 찾지 않으면 이서진은 한없이 처지는 입꼬리로 투덜대기 시작하지만 직원들은 한가롭다. 그래서 최우식과 뷔는 한가한 시간에 사장님 눈치를 봐가며 끝없이 상황극 놀이를 한다. 뷔로서는 예능 프로그램인 <서진이네>에 나름의 역할을 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요리를 만들고 손님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손발이 맞아 돌아가기 시작해서인지 뭐라 시키지 않아도 척척 요리를 내놓는다. 물론 그런 급한 와중에 이들이 상황극을 할 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가 되면 이서진은 정반대의 모습을 드러낸다. 즉 손님들이 주문을 잔뜩 하면 주방이 정신없을 걸 알면서도 사장으로서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간다.

손님이 올 때와 오지 않을 때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는 이서진의 입꼬리는 그래서 직원들의 상황과 반비례되는 대비를 만들어내며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만든다. 여기에 나영석 PD가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이서진이 생각하는 직원 하나하나의 장단점 분석을 들려준 대목은 서진이네에서 영업을 할 때 이들이 하는 일련의 행동이나 말들을 새삼스럽게 보게 해준다.

세심하지만 딴생각이 많아 대표하기는 어렵다는 정유미나, 서진이네 다음은 서준이네라고 할 정도로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박서준, 친화력은 있으나 틈만 나면 숨어 있으려 한다는 최우식, 묵묵히 시키는 일은 잘 하지만 느려 터졌다는 뷔. 물론 이서진의 이런 평가들은 농담이 섞인 것이지만 실제로 분식집 운영에 있어서 이들의 특징들을 콕콕 잘 집어 놓은 면이 있다.

<서진이네>는 이서진의 과몰입으로 과연 그가 세워놓은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목표를 세워둠으로써 프로그램이 방향성과 긴장감을 잃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앞으로 벌어질 매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니 말이다. 실제로 가게가 모두 문을 닫는다는 수요일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손님들이 몰려오는 그런 상황이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건 매출이라는, 애초 이서진이 던진 경영철학 덕분이다. 그 기대감이 때론 실망감으로 이어지지만 그래서 의외의 즐거움으로 변하기도 하는 상황을 이서진이 주도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