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이정재 인사논란으로 본 씁쓸한 현실
2014-01-24 이만수
이정재와 송강호 인사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올해의 영화상은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이번 5회 올해의 영화상은 <설국열차>가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고, 남우주연상에 송강호(변호인), 여우주연상에 전도연(집으로 가는 길), 그리고 남우조연상을 이정재(관상)가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갑자기 터져 나온 이정재와 송강호에 대한 기사 때문에 순식간에 가려져 버렸다.
한 매체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열거하며 이정재가 선배인 송강호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송강호가 시상식 내내 불편한 얼굴이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던 것. 물론 이것은 한국영화기자협회의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오보임이 밝혀졌다. 급히 식장에 들어선 탓에 손인사와 눈인사를 나누었던 것을 인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
보도자료의 전문을 보면 송강호의 소속사측은 “이정재와는 영화 출연도 함께하고, 최근 시상식에서도 자주 만났다. 사적으로도 절친한 관계인데 이런 보도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꽤 좋은 성적을 냈고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을 받았던 <관상>에 함께 출연했던 두 사람이 이런 불편한 관계라는 건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너무 편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게 훨씬 상식적이지 않은가.
이 인사논란 오보 때문에 한국영화기자협회가 두 배우에게 ‘심심한 유감과 위로의 뜻’까지 전하게 된 것은 그저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네 연예 언론의 씁쓸한 현실이 묻어난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일단 화제 혹은 논란이 될 만한 것이면 우선 건드리는 언론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작 시상식장에 와서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는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파파라치처럼 관찰하고 ‘꺼리’를 찾는 행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연예 언론의 과당경쟁이 만들어낸 왜곡된 현실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식적이지 않은 취재나 보도 행태는 대중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예인의 결혼식에 진을 치고 앉아 들어오는 하객을 마치 레드 카펫 찍듯 찍어대는 것은 그나마 축하의 의미가 있으니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어야 할 장례식장에서조차 플래시 세례를 받는 우리네 보도 행태는 바뀌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정재와 송강호 중 누가 선배고 누가 후배며 또 그들이 행사장에서 인사를 했건 안했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인가. 물론 이런 지적에는 분명 ‘대중들의 알 권리’ 운운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변명이 대동될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런 걸 알고 싶어 했던가.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걸 논란거리로 끄집어내 그것도 오보를 진짜인 것처럼 꾸며 내놓는 건 ‘언론 공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한국영화기자협회의 사과 정정 보도자료에도 불구하고 오보에는 여전히 인사를 하지 않은 이정재에 대한 악플들이 다양한 억측들과 함께 달려 있다. 오보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해도 이미 보도가 된 후에는 쉽게 돌이키기가 어렵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확인되지 않은 가십은 자칫 한 배우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한국영화기자협회]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