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마저 쓰러졌다, 미미의 엉뚱한 양심고백(‘지락실2’)

‘지구오락실2’가 뻔하다고? 미미 같은 출연자라면 뭘 해도 새롭다

2023-05-20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건 둘만 얘기 좀 할게요.” tvN 예능 <뿅뿅지구오락실2(이하 지락실2)>에서 ‘훈민정음 윷놀이’를 하던 미미가 갑자기 같은 팀인 이은지에게 귓속말을 하더니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영어를 쓰면 말을 하나씩 빼는 벌칙이 있는 윷놀이. 이미 나영석 사단의 무수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게임이고 그래서 다소 뻔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미미가 순수한 얼굴로 자신이 ‘오케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아무도 못들은 것 같아 슬쩍 지나쳤다며 꺼내놓은 이 ‘양심고백’은 이 뻔해 보였던 게임을 예측불가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미미가 양심고백을 하자, 상대팀이었던 이영지와 안유진도 무언가 찜찜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이전 게임에서 자신들도 영어를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양심고백이 이어지면서 갑자기 ‘훈민정음 윷놀이’는 이기기 위해 상대를 속이기도 하던 그런 게임에서, 마치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권선징악’, ‘사필귀정’의 착한(?) 게임으로 바뀐다. 아무도 못 들었어도 영어를 한 사람이 ‘자진납세’를 시작하고, 잠깐 하려고 했던 게임은 3시간 넘게 계속 이어지며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훈민정음 윷놀이’가 ‘양심고백 윷놀이’로 둔갑하고, 이제 새벽이 한참 지나 출연자도 제작진도 잠자러 가고 싶은 시간에 누군가 던지는 양심고백은 빨리 퇴근하고픈(?) 이들을 무너지게 만든다. 급기야 이은지는 “고백 좀 그만해!”라고 외치기 시작하더니 “카메라 꺼! 고백이고 뭐고 카메라 꺼. 더워 주겠어. 누가 헬싱키 춥다 그랬어? 누가 춥다 그랬어? 낮에 그렇게 춤추고 하루에 샤워를 두 번을 하는데 헬싱키 누가 춥다고 옷 단단히 입고 오라고 그랬어? 누가 그랬어!”라고 원치 않는 뜨거운 열기로 활활 타오르는 이 ‘양심고백’의 연속에 불만을 토로한다.

마치 도덕선생님처럼 “정직이라는 땅 위에서 이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정색하며 룰을 지키자고 얘기했던 나영석 PD조차 점점 지쳐가더니 “제발 양심고백하지 마! 우리 못 들었단 말이야.”라며 쓰러졌다. 게임은 단순하지만, 이에 임하는 이들이 엉뚱해 본래 그 게임이 가진 재미요소에서 엉뚱한 재미로 옮겨가는 상황. 이것은 바로 <지락실2>가 시즌1과 그리 다른 전개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이유다.

이번 시즌2에서 먼저 그 세계를 열어젖힌 건 미미였다. 워낙 순수한 얼굴로 엉뚱한 발언들을 끊임없이 내놓는 통에 게임을 진행하던 나영석 PD까지 웃다가 눈물까지 흘리게 만든 인물. 첫 회에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장면도 ‘당’으로 끝나는 말 3개를 대보라는 게임에 미미가 ‘민주당’, ‘새누리당’... ‘공산당’을 외쳐 모두를 쓰러지게 만들었던 순간이었다.

2회에서도 미미의 미친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드라마,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명대사를 맞추는 게임에서 미미는 상상을 초월하는 오답 릴레이로 제작진들을 초토화시켰다. 답을 낼 때마다 “뭐라고?”라고 할 정도로 제작진들이 웅성웅성 대다 결국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었다. 압권은 <아바타>의 한 장면이 등장했을 때였다. 정말 안다고 자신 있게 나선 미미는 뜬금없이 “토루코 막토”라고 말해 모두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지락실2>의 핵심적인 치트키는 출연자들이다.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시즌2에서도 이들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프로그램에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나름의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휴식 시간에도 끝없이 방송분량을 채워 넣고, 단순한 게임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한참 보다보면 중간에 ‘이곳은 지금 핀란드가 맞습니다’라는 자막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공간보다는 이들 출연자들에게 집중하게 된다. 14시간을 날아간 이국적인 공간이고, 눈이 쌓여 있을 정도로 춥고 노이즈 캔슬링을 한 것처럼 조용한데다 밤도 길지만, 출연자들의 면면은 이곳을 한국의 어느 펜션 같게 만들고, 열기가 뜨거운 데다 시끌시끌하며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느껴지게 한다.

사실 <지락실2>는 시즌1과 차별화된 설정이나 구성이 따로 있지 않다. 출연자들도 그대로다. 그러니 어딘가에서 한 자리에 모여 제작진과 밀고 당기는 게임을 할 것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뻔해 보이는 세계에 들어오면 전혀 뻔하지 않은 재미들을 만나게 된다. 미미부터 이은지, 이영지, 안유진 같은 출연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이야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