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이도현의 전말, 그럼에도 복수극 전개는 오리무중(‘나쁜 엄마’)
‘나쁜 엄마’, 이 복수극 종잡을 수 없어 더 흥미진진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진짜 복수하고 싶었던 건 그들로 인해 철저히 망가져 버린 어머니의 삶.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평생을 나쁜 엄마로 살아야 했을 그 아픔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7세 기억으로 되돌아간 강호(이도현)가 과거 왜 그토록 엄마 영순(라미란)에게 모질게 대했고, 그가 무얼 꾸미고 있었던가에 대한 전말이 밝혀졌다.
가족사진이 들어있던 액자 뒤에 강호가 숨겨 놨던 메모리카드를 찾아낸 영순은 그 비밀번호를 풀어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강호가 쓴 일기와 그간 모아놨던 사건기록들이 가득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살한 게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사건을 추적해 그 살인에 가담한 자들이 송우벽(최무성)과 오태수(정웅인)라는 걸 알게 됐다.
그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법대 수석졸업을 하고 검사가 된 건, 영순이 모질게 몰아세워서가 아니었다. 판검사 같은 힘 있는 인물이 되어야 당하지 않는다고 영순은 강호를 몰아붙였지만, 강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었고, 그로 인해 실제로 망가져 버린 어머니의 삶을. 강호가 검사가 되려한 건, 이렇게 나쁜 엄마가 되게 만든 저들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30년 전 사건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강호는 저들 안으로 들어가 자신도 망가질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무너뜨리려 했다. 의도적으로 오태수의 딸 하영(홍비라)에게 접근하고, 송우벽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검사로서 지켜야 될 본분을 어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신의 이런 복수 때문에 엄마나 사랑하는 미주(안은진)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모진 선택을 했다.
강호가 숨겨왔던 이 일들을 뒤늦게 모두 알게 된 영순은 오열한다. 그는 지금의 강호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그래서 그렇게 엄마한테 모질게 굴었던 거야? 너 혼자 복수하려고? 너 혼 자 위험하려고? 불쌍한 내 새끼. 얼마나 힘들었어? 얼마나 혼자서 무섭고 외로웠어. 이제 절대로 아무 것도 해서는 안 돼.”
하지만 이러한 사건의 전말을 영순이 모두 알게 되는 이야기 전개는 우리가 예상하는 복수극의 그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다.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이렇게 만든 저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라, 그 복수가 망가뜨릴 아들의 삶을 걱정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 하려는 강호의 복수를 막으려 한다.
“내가 망가지면서 하는 복수는 복수가 아니야. 진짜 복수는 복수하려는 이유조차 생각 안 날 만큼 깨끗하게 잊고 보란 듯이 잘 사는 거야. 잊자. 이제 이걸로 다 잊어버리자. 너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하늘에 있는 남편).” 그래서 강호가 그간 모아놨던 모든 증거들을 불태워버린다. 그러지 않으면 강호가 그 복수의 불길 속에서 타버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게다.
그렇다면 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의 복수극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되어질까. 영순이 보여준 선택처럼 그저 잊고 조우리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일까. 그것이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그건 일종의 눈감는 것으로서의 행복과 크게 다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마치 7세 기억으로 돌아간 강호가 그 안에서 행복해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닐 수 있는 것처럼.
드라마의 서사구조상 강호는 7세 기억으로부터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깨어난 강호가 해나갈 복수극은 과거 모두를 속이고 스스로를 망가뜨려가며 하는 복수극과는 다르지 않을까. 이미 조우리 마을 사람들의 그 따뜻함을 경험했고, 그것이 때론 살벌한 악의 힘보다 더 강력한 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체득한 강호가 아닐까. 그렇다면 영순과 강호가 해나갈 복수극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조우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어떤 것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강호가 꿈꿨던 복수의 전말이 밝혀졌지만 <나쁜 엄마>의 복수극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나쁜 엄마>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과연 영순과 강호는 조우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저 비정하고 부정한 바깥세상의 악들과 대결해 저들을 무너뜨릴까. 이들의 복수 방식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못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