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몰래 흘린 눈물에 담긴 것(‘댄스가수 유랑단’)

보통 공연에는 없는 ‘댄스가수 유랑단’ 공연의 특별함

2023-05-26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어-’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 첫 회에서 캐릭터 포스터를 찍기 위해 보아가 ‘No1’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때, 이를 보고 있던 이효리, 엄정화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니 그런데 왜 슬퍼?” 이효리가 그렇게 말하자 엄정화는 “나도 눈물 나”라며 그 기분을 공감했다.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된 이효리는 ‘슬프다’고 얘기했지만, 그건 슬픔이라기보다는 뭔가 가슴 벅찬 느낌 같은 것이었을 게다. “너무 애기였던 보아가... 옛날 모습 그대로야.” 나이는 어리지만 일찍부터 시작해, 자신이 활동했던 시기에 함께 활동했던 보아였다. 그러니 그 때의 모습이 떠오르고 어찌 보면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러 이렇게 K팝의 레전드가 된 보아가 다시 눈앞에서 그 때의 ‘No1’이 흐르는 가운데 그 앳된 모습 그대로 똑같은 포즈를 취하는 장면은 남다른 감수성을 자극했을 터다.

“아니 모르겠어. 뭔가 뭉클해.” 이효리가 자신도 모르게 느낀 감정 그대로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닦는 그 장면은 <댄스가수 유랑단>이 갖고 있는 특별한 정서를 드러낸다. 그건 이효리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함께 하며 ‘No1’을 듣고 즐거워했던 이들이라면 똑같이 공유되는 어떤 정서다. 가수와 그가 부르는 노래 하나가 소환시키는 시대의 감성. 똑같은 노래라도 남다른 감흥을 줄 수밖에 없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서울체크인>에서 우연히 이효리와 엄정화, 김완선, 보아, 화사가 한 자리에 모인 상황에서, 이효리가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하는 ‘여가수 유랑단’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즉흥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이렇게 누가 툭 농담처럼 던진 걸 실현시켜 ‘일을 키우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던 김태호 PD로서는 그 한 마디를 허투루 넘길 리가 없었다.

“<MAMA>를 준비하면서 브런치 모임을 하던 때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포인트는 공감대였다. 다른 시대, 다른 세대에 활동했던 다섯 사람이 척 하면 척 공감대를 보여줬던 것들이 내적 친밀감으로 이어졌다. 이 다섯 분들이 전국의 관객들과 만나면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펼쳐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호 PD가 한 이 말은 그때 그 순간 그가 그렸을 <댄스가수 유랑단>의 큰 그림이 어떤 거였는가를 잘 말해준다.

첫 번째 공연으로 오랜만에 다시 열린 진해 군항제가 결정되고, 그래서 사전에 리허설을 하기 위해 해군사관학교 강당에 가수들은 물론이고 오래도록 함께 해온 댄서들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부터 어딘가 옛 감성을 건드리는 광경들이 펼쳐진다. <댄스가수 유랑단>이라는 제목처럼, 어딘가 다소 촌스러워 보이지만 그것이 또한 레트로적인 ‘힙함’을 보여주는 그런 요소들이 이 프로그램 안에서 느껴진다.

이효리가 보아가 입고 온 예전 ‘No1’ 때 스타일의 옷을 보고 “세련된 지금, 옛날 스타일이야”라고 툭 던진 말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뉴트로’의 느낌을 말한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해군사관학교 강당에서 리허설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곳 사관생도들을 관객으로 모셔놓고 즉석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그 과정은 예전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한다. 홍현희가 생도들을 한 명씩 찾아가 공연 참석을 독려하는 모습이 그렇고, 즉석 공연에 대해 “‘스쿨어택’ 아냐?”라고 누군가 툭 던지는 말에서도 옛 감성이 묻어난다.

강당에서 조촐하게 꾸려진 무대에서 한 명씩 올라 리허설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함께 한 가수들도 댄서들도 또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그 노래가 한참 흘러나오던 시대로 소환된다. 그래서 생도들 앞에서 첫 무대에 오른 보아가 ‘No1’을 부를 때 시청자들이 보는 건 여전히 멋진 노래와 춤만이 아니다. 거기 담겨진 아련하지만 여전히 힙한 시대의 공기가 느껴진다. 이러한 보통 공연에서는 없는 느낌이 앞으로 <댄스가수 유랑단>이 펼쳐 보일 공연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