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하는 유재석에게 ‘더 존2’가 증명하고 있는 것
‘더 존2’, 시즌1과 달라진 시즌2의 색다른 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분명히 그건 있습니다. 남들이 안 된다. 남들이 그건 너 결과가 뻔하다. 오히려 이런 얘기를 저는 잘 듣질 않아요. 물론 날 위해서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 해야 되는 거고 그거에 대한 결과도 내가 책임을 져야 되니까 언제든지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 책임은 지겠다, 라는 생각으로 합니다.”
카이스트에서 펼쳐진 ‘침대 위에서 4시간 버티기’라는 기상천외한 미션 도중 갑자기 강당에 모인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게 된 유재석은 오랜 시간 치열한 예능계에서 버텨온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지금 현재 예능을 포함한 방송가는 격변기에 놓여 있다. 그래서 오래도록 유느님으로 서 있던 유재석도 이 격변기의 적응이 쉽지만은 않다.
이른바 관찰카메라의 시대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유재석은 여전히 굳건한 자신의 캐릭터를 내세우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고집한다. 그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시대의 트렌드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말처럼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조효진 PD가 시즌1의 성공에 이어 디즈니 플러스에서 이번에 새로 선보인 <더 존: 버텨야 산다2(이하 더 존2)>는 아마도 유재석의 이런 소신과 현 트렌드가 적절히 균형을 맞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더 존> 시즌1에서도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이 그간 많이 시도됐던 ‘탈출 개념’이 아니라 ‘버티기 개념’이라는 차별점을 매력으로 꼽은 바 있다. 게다가 이른바 우리가 ‘존버’라 표현하는 버티는 삶이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중들의 중요한 정서로 자리했고, 그건 감염병을 떠나 갈수록 경쟁적인 삶이라는 현실에서도 중요한 삶의 키워드가 됐다. 그래서 특정 위기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제시하고 그 안에서 유재석과 이광수 그리고 권유리가 버티기를 하는 과정은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의미까지 담을 수 있었다.
시즌1과 ‘버티기’라는 콘셉트는 같지만 시즌2는 그 안에 다른 서사와 일상이라는 공간, 그리고 디즈니스러운(?) 스케일을 담았다. 시즌1이 팬데믹 상황에서의 버티기라는 서사를 주로 다뤘다면, 시즌2는 이제 엔데믹으로 온 현재의 달라진 상황을 가져와 ‘일상 속의 버티기’라는 새로운 소재로 풀었다. 그래서 첫 번째 버티기가 스트레스라면, 두 번째 버티기는 기후 변화에 의한 환경 재해를 다뤘고 세 번째 버티기는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가져올 수도 있는 위기상황을 소재로 했다.
시즌2의 ‘스트레스’를 소재로 한 첫 번째 버티기 미션은 건강검진을 하러 간 유재석, 이광수, 권유리가 갑자기 병원에 갇혀 ‘공포 체험’ 속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예상수명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물을 찾아다니는 과정들을 익숙한 웃음의 코드로 담았다. 그래서 시즌1에서도 익숙하게 연출됐던 겁쟁이들이 주는 웃음들을 보여주며,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캐릭터들을 리마인드 시켰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인 기후 변화에 대한 소재는 본격적으로 시즌2의 달라진 스케일을 보여줬다.
최초로 골프를 즐기며 하는 미션을 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미심장한 멘트와 더불어 갑자기 나타난 헬기가 이 미션의 남다른 스케일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헬기가 내려준 곳에서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간 이들을 내려놓은 곳은 썰물때만 드러나는 넓은 모래사장인 ‘풀등 모래섬’이다. 그곳에 마련된 간이 골프장에서 이들을 골프를 통해 시간을 줄여나가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물론 빨리 주어진 버티기 시간을 줄여 탈출하지 못하면 밀물에 의해 점점 사라져가는 풀등에 고립될 수 있는 위기상황이 주어졌다.
시즌2의 특징 중 하나가 세트가 아닌 지역 곳곳의 야외에서 펼쳐진다는 걸 이 미션은 분명하게 보여줬다. 또한 풀등 모래섬처럼 시즌1보다 커진 상상초월의 스케일도 이 미션은 확인하게 해줬다. 이러한 재미요소를 채우면서도 이 시뮬레이션이 갖는 의미도 빼놓지 않았다. 그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에 의해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져 가는 섬들의 위기를 그 작은 실험으로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에서 펼쳐진 ‘침대 위에서 4시간 버티기’ 역시 무인으로 조종되는 침대가 벽을 뚫고 야외로 나와 카이스트 교정 곳곳을 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뤘다. 심지어 수륙양용으로 물 위로도 떠다니는 침대는 그 위에서 버티는 세 사람을 창피하게 만들었고, 학생들에게 식사 쏘기, 결혼식장 참석, 즉석에서 벌어진 강연 등등 침대 위에 앉아서 하는 게 어색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었다. 굳이 카이스트에서 이런 미션을 한 건,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이 만들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도들에 대한 응원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물론 관찰카메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캐릭터쇼는 한 물 지나간 트렌드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유재석이 끝내 캐릭터를 놓지 않고 일관되게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캐릭터쇼 안에서도 무언가 ‘새로움’을 찾아내려 애쓰고 변화에도 버텨내려 하는 모습은 유재석이 여전히 최고의 예능인으로 서 있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일상 속 버티기’로 돌아온 <더 존2>는 그래서 유재석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버텨나가는 것이 지금의 유재석을 만들었듯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아내려 하는 노력이 앞으로 유재석의 ‘존버’를 가능하게 할 거라는 걸 이 프로그램이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