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얻고 유명세도 타고? 연예인 뒷바라지 13년이면 족하죠(‘환승연애3’)

‘환승연애3’ 서동진·송다혜, 지금 이들에게 재결합보다 중요한 것

2024-01-19     정석희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진정성 논란으로 또 한 차례 시끄럽다. 그러나 제작진도 시청자도 이제는 다 알지 않나. 홍보 목적의 출연자가 태반이라는 것을. 하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인지도를 얻고 싶어서 나왔을 수많은 출연자 중에 진짜 뜬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역으로 인성 논란을 겪는가 하면 과거사가 수면 위로 떠올라 난감해지기도 하고, 넷플릭스 <솔로지옥 2>의 프리지아처럼 활동을 중단해야 하거나 방송 후 SBS 플러스 <나는 솔로> 16기처럼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제대로 빛을 본 사람은 <솔로 지옥 2>의 덱스 정도인데 어째 <솔로 지옥 3>의 이관희도 방송에서 보게 될 것 같다.

<환승연애>는 내 머리로는 가당치 않은 기획이다. 헤어진 남녀 커플들이 한 숙소에서 이십여 일 남짓 서로 속여 가며 지내다니. 기본 룰이라지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 하지 않나. 자신의 X가 누군지 밝힐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환승연애>를 다루게 된 이유는 <환승연애 3>에 응원하고픈 출연자가 있기 때문이다. 서동진, 1992년 생, 올해 서른한 살이다. 3화에 X가 밝혀졌는데 놀랍게도 걸그룹 베스티(BESTie) 멤버 송다혜였다. 2017년에 탈퇴했다고 하니 연예인이라고 하기엔 활동이 기간이 짧은 편이다. 함께 입소한 출연자들도 알아보지 못하지 않나. 그런데 이 두 사람, 고등학생 때인 2010년부터 만나 무려 13년 연애라고 한다. 함께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사귀는 게 발각이 되는 바람에 둘 중 서동진이 퇴사를 했다고.

"저한테는 그 꿈이 굉장히 소중했었거든요. 제 꿈 못지않게 다혜의 꿈도 너무 저한테 소중했기 때문에 '제가 나가겠다'고 했어요."

서동진의 어머니로서는 복장 터질 일이지 뭔가. 송다혜는 나중에 다른 회사에서 베스티(BESTie)로 데뷔하게 되는데 탈퇴 후 솔로 활동을 하는 송다혜를 서동진이 틈틈이 뒷바라지를 해준 모양이다.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13년 동안 자신이란 존재를 숨겨야 했던 서동진. 그러다 ‘나도 한 번쯤은 나를 위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한다. 서동진이 사진 조각 데이트를 X와의 추억의 장소인 을왕리 바닷가에서 이혜원과 하게 됐다. X인 송다혜가 블라인드 채팅을 통해 이혜원에게 조개구이는 먹지 말라고 알려줬다. 서동진이 조개구이를 못 먹는다면서. 하지만 망설임 없이 조개구이를 주문하는 서동진. 이혜원이 몇 차례나 물었다. 조개구이 괜찮겠느냐고. 서동진은 이혜원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주문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양보가 몸에 밴 사람이다.

배려가 깊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실은 꺼리는 게 많은 사람일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안 하려고 한다는 것. 하지만 양보와 배려가 습관인 사람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참고 또 참았던 것이 폭발하는 순간이 오는 거다. 그러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싸우는 게 아니라 끊어내게 된다. 이른 바 절연. 접시에 이미 금이 갔다, 산산조각이 나기 전에 버리련다. 그런 마음이 아닐까? 송다혜는 풀로 붙여서라도 다시 쓰고 싶다는 얘기일 게고.

송다혜에게 이번 출연은 큰 모험이다. 13년간의 연애 공개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도움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 알 수 없다. 인지도야 확실히 얻겠지만. 반면 서동진으로서는 별 득이 없는 출연이 아닐까? 서동진이 인플루언서 일을 할 것도 아니고 무슨 도움이 되겠나. 이 또한 X를 위한 출연이지 싶다. 마지막 선물 같은.

두 사람이 다시금 인연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한지, 그건 잘 모르겠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지고, 부디 이제는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길 바란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 아니겠나. 연인, 배우자, 부모, 자식? 내가 가장 중요한 거다. 어쨌든 다시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13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헛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살아보니 세상 헛일은 없더라고요.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