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가 거기서 왜 나와?...‘내남결’ 제작진의 안타까운 무리수

억텐에 갑툭튀, 연기력 논란까지...보아는 왜 나온 걸까(‘내남결’) ‘내 남편과 결혼해줘’, 보아 등장 후 회귀물이 막장이 된 이유

2024-02-07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보아는 왜 갑자기 이 드라마가 등장한 걸까.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보아가 유지혁(나인우)의 전 약혼녀 오유라 역할로 갑자기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있다. 애초 등장인물 표에도 없던 인물이 드라마 후반부에 갑자기 나오고, 그로 인해 스토리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면서 시청자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만한 개연성을 갖고 움직인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을 게다. 그녀는 유지혁의 약혼녀가 아니라 전 약혼녀다. 그런데 파혼했던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 유지혁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그가 매력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란다. 아무 감정도 없어 보이던 사람이 여자가 생겼다는 것이고, 그녀는 “자기 것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는 이유로 유지혁과 강지원(박민영)의 관계를 방해한다.

심지어 강지원을 만나 대놓고 협박을 하기도 하고, 유지혁에게도 상대 마음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 노골적인 소유욕을 드러낸다. 또 그런 오유라를 유지혁의 할아버지 유한일(문성근)도 은근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저 전 약혼녀일 뿐인데 오유라가 나타나자 강지원이 유지혁과 헤어지려 한다는 점이다. 어린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불륜을 저질러 딴 살림을 차려 나갔고 그래서 자신과 아버지가 큰 고통을 받았던 과거가 트라우마처럼 등장했지만 그게 오유라의 등장과 무슨 개연성이 있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따라서 오유라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박민환(이이경)과 정수민(송하윤)이 강지원이 원한대로 결혼을 하면서 일단락된 서사에 억지 텐센을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16부작에 아직도 5회 분량이 남았는데 강지원의 갈등이 모두 사라지게 되면서(심지어 유지혁과의 달달한 관계까지) 이를 채우기 위한 억지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 캐릭터를 기능하게 만들기 위해 강지원 역시 이에 맞춰 유지혁과 헤어지려는 듯한 억지 상황들을 보여준다. 또 뭐든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던 유지혁이 갑자기 오유라의 등장에는 별반 힘을 쓰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극적 갈등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오유라는 살인 사주까지 하는 등의 막장 전개까지 더해진다. 트럭이 덮칠 때 이를 막기 위해 유지혁이 대신 차로 이를 가로막아 큰 사고를 겪게 되는 상황 또한 ‘억텐’에 ‘갑툭튀’ 전개다.

애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제목에서부터 불치, 불륜, 살인 같은 소재가 전면에 등장할 때부터 막장의 향기를 풍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건 회귀물이라는 장치를 가져와 인생 재설계라는 이야기를 풀어냈고, 오피스에서 벌어지는 시원한 사이다 반전이 주는 묘미가 이런 막장의 느낌을 지워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드라마는 회귀물의 흥미로움을 던져버리고 본격 막장의 개연성 없는 자극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유라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막장의 증거처럼 등장한다. 회귀물이라면 오유라는 어떤 식으로든 회귀하기 전 강지원과 얽힌 인연이나 스토리가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전무한 상태로 등장했다는 건 작가가 자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의적인 선택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억지 텐션에 갑툭튀 전개를 보이는 이 인물이 그럴 듯해 보일 리가 없으니 캐릭터의 등장과 함께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연기 초보에 가까운 보아가 그 역할을 맡았으니 연기력 논란까지 더해지게 된다. 잘 나가던 회귀물 사이다였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어쩌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걸까. 제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 해도 개연성까지 던져버리는 전개로 회차를 굳이 16회까지 이어갈 필요가 있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