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의 김보성 뺨치는 의리, 신데렐라보다 매력적인 이유(‘웨딩 임파서블’)
‘웨딩 임파서블’, 전종서의 연기에 담긴 진심은 문상민에게 닿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라 ‘웨딩 임파서블’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결혼을 미션 완수하듯 성공시킨다는 의미랄까. tvN 월화드라마 <웨팅 임파서블>이 첫회 펼쳐 놓은 멜로의 구도는 벌써부터 흥미롭다. 어찌 보면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고, 자극적인 불륜 이야기처럼 구도가 되어 있지만 그것 역시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연기자를 꿈꾸지만 현실은 무명의 단역배우인 나아정(전종서)과 LJ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이도한(김도완)의 결혼에는 이면의 사정이 존재한다. 이도한은 성소수자로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인 현대호(권해효) 회장은 후계자가 되는 조건으로 태양그룹 외동딸 윤채원(배윤경)과의 정략결혼을 시키려 한다. 결국 이도한은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둘도 없는 절친 나아정에게 결혼 연기를 제안한다.
사실 나아정에게 이러한 연기는 새로운 일도 아니다. 무명의 단역배우로 갖가지 역할들을 맡아 연기했지만 그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는 처지에 그는 결혼식 친구 역할 같은 연기 아르바이트를 해오고 있었다. 그러니 이도한의 결혼 연기 제안은 또 다른 아르바이트일 뿐이다. 그것도 개런티가 무려 20억이나 되는.
물론 나아정이 돈에만 혹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나아정에게 이 일은 이도한에 대한 ‘의리’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타고난 순발력과 ‘혹시 몰라 배워둔’ 갖가지 능력들을 동원해 이도한을 돕기 위해 ‘임파서블’할 것 같은 결혼 연기 미션들을 클리어해나가는 나아정에게서는 ‘신데렐라’의 막연한 판타지보다 씩씩하게 절친을 지키려는 의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웨딩 임파서블>이 달달한 멜로를 빼놓을 리 없다. 그런데 그 사랑의 큐피드가 날리는 화살의 방향이 엉뚱하다. 어떻게든 이도한을 윤채원과 결혼시켜 후계자가 되게 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동생 이지한(문상민)이 그 엉뚱한 과녁이다. 이지한은 결국 형이 나아정과 결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서다 점점 이 인물의 진심을 보게 되고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구도도 어찌 보면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처럼 보이지만,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색다른 사랑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웨딩 임파서블>이 이 색다른 구도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건 아무래도 ‘진심’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어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냈는가라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소화해냈는가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랄까. 나아정의 연기에 담긴 진심이 이도한과 이지한에게 전해질 때, 그 관계는 찐우정으로 또 찐사랑으로 발전해나가지 않을까. 무엇보다 결혼이 현실이 되고, 그래서 조건이 진심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세태 속에서,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랑이야기의 울림은 더더욱 커지지 않을까 싶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강렬한 첫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고 주로 영화로 활동해온 전종서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그간 꽤 강렬한 역할들을 주로 해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은 편안하고 발랄한 역할을 맡았다. 특히 전종서 특유의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이미지가 나아정이라는 캐릭터와 맞춤인 작품이다. 극중 나아정처럼 전종서 또한 연기에 담긴 진심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지도. <슈룹>의 성남대군으로 주목받은 문성민과 <스타트업>부터 <간 떨어지는 동거>, <이두나> 등으로 필모를 쌓아온 김도완의 연기 진심도 기대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