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김신영 하차통보, 희생양이 그렇게도 필요했나(‘전국노래자랑’)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하차 결정에 남는 아쉬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의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에 인터넷이 시끌시끌하다. ‘무례한 하차 통보’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과거 지상파에서 벌어졌던 비슷한 사례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김신영이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지방출장이 잦아 다른 프로그램들을 정리했고, 부담도 줄이기 위해 출연료도 적게 받고 있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목소리는 더더욱 커지고 있다.
처음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됐을 때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주로 남성 MC가 맡아오던 자리에 여성 MC가 발탁됐다는 점도 이례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MC라는 점이 <전국노래자랑>에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스스로를 ‘막내딸’로 부르며 김신영은 기존 시청층인 기성세대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까지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 송해 MC 시절 10% 정도의 평균 시청률을 내던 <전국노래자랑>은 한때 3%대까지 추락했다. 송해라는 절대적인 MC가 갖고 있던 아우라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하락세라고도 생각된다. 나이 많은 고정 시청층은 김신영이 낯설게 느껴졌을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시청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김신영을 통해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재미가 보이지 않았을까.
최근 <전국노래자랑>의 평균적인 시청률은 6%대다. 즉 하락세에서 바닥을 찍고 어느 정도 김신영 체제의 안정세로 들어왔다고 해도 괜찮은 수치다. 장수프로그램에서 새로운 MC(그것도 파격적인 MC)를 기용하고 다시 제 궤도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전국노래자랑>은 어느 정도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김신영의 하차 통보에 여러 이유들이 등장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이다. 매주 방송하는 프로그램인데다, 최근 KBS를 포함한 지상파 전체가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영적 판단을 하고 있는 시기다. 모든 프로그램의 생사는 시청률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상파들은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이 송해 시절 10%를 내다가 현재 6%로 떨어진 것이 김신영이라는 MC 한 명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어딘가 무책임한 일이다. 그건 이미 OTT 등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이 옮겨가면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전반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대한 책임은 MC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제작진 전체는 물론이고 갖가지 기획에 참여하고 어떤 결정을 내린 이들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신영에 대한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는 그래서 이런 책임들이 불러 올 파장들을 마치 MC 한 명의 하차를 통해 무마하려는 듯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겨우 1년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만들어가던 차였다. 좀더 두고 보면서 ‘보완’ 해가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장수프로그램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새로운 시청자층을 계속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겪어야할 진통이다. 김신영에게 좀더 시간을 줘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게다가 하차 통보는 MC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그간 함께 프로그램을 봐온 시청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좀더 절차적인 예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