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김순옥 작가의 악몽 떨쳐내고 SBS의 부활 이끌 수 있을까(‘커넥션’)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약반 에이스가 마약에 중독됐다?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은 일단 마약반 에이스 장재경(지성)으로 시작한다. 경기 남부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고 경감으로 특진된 인물. 순경으로 시작해서 경감까지 오른 이 인물이 가진 무기는, 약점 없이 살아온 삶이다. 하지만 아예 약점이 될 것 같은 관계는 심지어 우정까지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그 삶이 한 순간에 위기에 처한다.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후 돌아오게 된 것. 그는 자신이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숨겨가며 누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는 자신이 납치되기 전, 자신을 찾아왔던 박준서(윤나무)를 의심한다. 20년 전 절친이었지만 어떤 사건을 목격하고도 거짓말로 진실을 덮었던 박준서가 갑자기 장재경을 찾아왔던 것.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늦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이제라도 해볼거야 이 말 하려고 왔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하지만 며칠 후 박준서가 사체로 발견되면서 장재경은 그 이면에 숨겨진 모종의 사건이 존재한다는 걸 감지한다.

그건 아마도 학창시절, 박준서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결되어 있던 원종수(김경남) 같은 인물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회 예고에 슬쩍 등장한 것이지만, 재벌그룹 2세인 원종수는 어딘가 범죄의 냄새를 풍긴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그의 가신처럼 살아왔던 박준서가 무언가 진실을 꺼내놓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의 죽음은 물론이고 장재경을 마약에 중독시키는 사건까지 일으켰을 지도.

<커넥션>은 이처럼 마약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범죄스릴러지만, 그 밑에 우정이나 사랑 같은 ‘관계’에 대한 그림을 숨겨 놓고 있다. 20년 전 사건으로 박준서와의 친구 관계를 끊고 살아왔고 또 그런 커넥션 자체가 부적절하다 여기며 살아온 장재경이지만, 박준서가 그간 겪은 일들을 수사를 통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장재경이 어떤 변화를 겪는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장재경은 그래서 저들의 부적절한 커넥션을 파헤치고, 그 범죄를 수사해가면서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과정을 겪지 않을까. 그 과정에는 고교시절 전학와 박준서의 마음을 빼앗았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이혼해 딸마저 빼앗긴 채 ‘기레기’가 되기로 작정한 오윤진(전미도)과의 관계도 새롭게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서사구조를 갖고 있지만, <커넥션>이 시작부터 강력한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건 역시 장재경 역할을 연기하는 지성 덕분이다. 특히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채 힘겹게 사건을 수사해가는 장재경의 모습은 지성의 실감나는 연기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긴박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오윤진 역할의 전미도의 연기가 겹쳐지면 흥미로운 범죄 추적극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기자의 공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커넥션>은 전작 <7인의 탈출>, <7인의 부활>로 4%대 시청률이라는 충격을 맛본 SBS드라마로서는 절치부심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건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지성이 끌고 가는 초반의 힘이 강력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과연 지성의 <커넥션>은 김순옥 작가의 악몽을 떨쳐내고 SBS드라마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까. 궁금하고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