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마저... 잘 나가던 전문가 전성시대 왜 흔들리고 있을까

전문가 요구하던 시대, 더 팍팍해진 현실이 만든 변화

2024-07-11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벌어진 강형욱의 직원 갑질 논란 사건은 여러모로 징후적이다. 한때 백종원, 오은영과 함께 전문가 전성시대를 이끌어왔던 강형욱이 한순간에 추락하는 과정이 마치 이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다.

물론 아직도 강형욱 사태의 진상은 여전히 의혹에 멈춰서 있고 ‘수사중’이다. 또 강형욱 역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했지만, 그 논란에 대한 억울함 또한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생겨난 것만으로도 그 여파는 이미 벌어졌다. 강형욱이 출연했던 KBS <개는 훌륭하다>는 5주 만에 강형욱 없이 방송을 재개하긴 했지만 결국 지난 1일 방송을 끝으로 잠정 폐지됐다.

이번 사태는 지나치게 전문가 1인에 의지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갖는 리스크가 너무 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전문가가 등장한 해당 분야의 코칭을 해주는 ‘솔루션 프로그램’들의 성패는 전적으로 그 한 사람에 의지해서 이뤄진다. 전문영역이 확실하면서 방송도 잘하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이 어떤 논란에 휘말리기만 해도 그 여파는 곧바로 방송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강형욱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강형욱과 똑같이 비교할 순 없지만, 백종원이나 오은영 역시 그만한 인기와 영향력을 갖게 되는 만큼 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은영 박사의 경우는 너무 많은 심리상담 솔루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늘어났다. 과도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그러한 상담 솔루션이 과연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도 어떤 솔루션으로 힘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들도 생겨났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오은영 리포트>의 경우, 솔루션 자체보다 자극적인 관찰 영상에 더 치중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방송이 나올 때마다 논란이라는 단어들이 같이 붙는 이유다.

백종원의 경우는 그가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과 병행되는 방송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늘 존재해왔지만, 워낙 리스크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는 물론 <백패커>나 <장사천재 백사장>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방송도 병행하고 있다. <백종원 시장이 되다> 같은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방영되면서 실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영향력이 커진다는 사실은 그것이 비즈니스와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는 팬과 더불어 안티팬도 늘어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최근 가맹점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들이 나오고 또 이에 대해 백종원 측이 반박과 법적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건 그 사업분야에서만 만들어진 문제는 아니다. 사업을 넘어 방송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그만큼 또한 커지게 된 리스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의 차원으로만 놓고 보면 강형욱이든 오은영 박사든 백종원이든 독보적인 인물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의 방송은 솔루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방송의 차원이 아니라 현실의 변화를 일으키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그러니 방송의 힘이 세질 수밖에 없는데, 이들 전문가들은 통한 방송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게 방송을 이끌어가는 능력 또한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방송은 또한 그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영역과도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양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팍팍한 현실에 명쾌한 솔루션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들 전문가들이 주목받았지만, 현실이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그래서 솔루션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가 되어가면서 그 불만도 커지게 됐다. 인기가 높아지면 반대급부의 목소리들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전문가 전성시대는 갈수록 팍팍해진 현실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