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지상렬·우희진, 구본승·김숙 커플을 응원하는 까닭(‘오만추’)

‘오만추’,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믿음이 진정성으로 이어질 때

2025-02-07     정석희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연예인은 방송에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직업이다.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포장을 하려 해도 눈빛이나 표정, 카메라 사각지대에서의 언행, 본색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관찰을 통해 ‘저 사람 괜찮다’ 생각해온 연예인이 여럿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2회가 방송된 KBS JOY <오래된 만남 추구>, KBS 2TV 7번에서도 동시에,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5부작 예정이나 반응이 좋아 두세 편 추가 편성될 예정이라고.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쉽지 않고, 인위적인 만남 추구는 더더욱 어렵다면…?! 오래된 만남 추구는 어떨까? 어쩌면 인연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래된 만남 속! 내 운명을 찾기 위한, 꺼진 인연 다시 보기 프로젝트!’ 기획의도가 이렇다. 아는 사이, 살아온 결이 비슷한 사람 중에서 인연을 찾아보자는 거다. 실제로 오래된 친구 같은 인연 속에서 자신의 운명 같은 짝을 찾은 경우가 있지 않나. SBS <불타는 청춘>의 김국진, 강수지.

사실 이 프로그램은 송은이, 김숙의 유튜브 채널 ‘비밀 보장’에서 농담처럼 나온 얘기가 현실화 됐다. 연예인들의 ‘나는 솔로’가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럼 우리가 만들어 보지 뭐’ 이렇게 된 거다. 처음엔 설정이겠지? 반신반의 하면서 봤는데 묘하게 진심이 느껴졌다. 모양새는 연애 리얼리티인데 어떤 의미로는 좋은 사람들을 시청자에게 소개해주는 기획이지 싶다. 누가 소개하느냐, 송은이, 김숙. 출연진 섭외에 두 사람이 적극 참여했을 테니 일단 인성 하나만큼은 검증된 게 아닐까?

이영자, 장서희, 김숙, 우희진, 지상렬, 구본승, 황동주, 이재황, 여덟 명이 자신의 인연 찾기에 나섰다. 앞서 평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연예인들이 나와서 반갑다고 했는데 먼저 구본승. 1990년대 MBC <종합병원>을 비롯한 인기 드라마로 또 가수로 인기를 누렸던 그야말로 청춘스타였다. 무슨 이유인지 활동 기간이 짧은 편이었는데 그를 관찰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2021년, 2023년에 방송된 위라이크 10부작 다큐멘터리 <마을을 걷다>다.

다큐니까 내레이션은 제작진이 작성해 주지만 혼잣말이나 현지 분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방송을 보며 어린 나이에 벼락스타가 됐었는데 어찌 저리도 겸손하고 올곧은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신기했다. 그의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긍정적이고 자존감 높은 사람 뒤에는 대부분 바른 길을 열 수 있게 받쳐준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했던 또 한 사람, 지상렬이다. 그를 만난 게 tvN <리얼 키즈 스토리 레인보우>, 어린아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뉴진스’의 다니엘이 어릴 때 출연했다고 해서 얼마 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미혼인 지상렬이 어린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게 신기해서 인터뷰를 청했었다. 알고 보니 개를 많이 키우다보니 누굴 잘 돌보는 거 하나는 자신있다나.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처음 생각한 게 오래전 MBC ‘몰래 카메라’ 때다. 화를 내고도 남을 상황이건만 평정심을 유지하며 방송을 끝까지 사수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파트너인 노사연 씨를 배려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본 모습이 나오는 법이지 않나. 그리고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소개팅, 가상 연애, 가상 결혼을 경험했던 그, 기조가 한결 같았다. 여자 출연자의 외모를 비하한다거나 희화화하는 법이 없다. 자신을 깎아내려서 웃기면 웃겼지 남을 도마 위에 올려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상렬이 여느 프로그램과는 좀 다르다. 늘 진정성이 있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묘한 기류가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누군가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서희 짐작대로 우희진일까? 그러나 사람이 워낙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연애에 있어서는 기술이 바닥이다 보니 성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김숙과 구본승이 어울리는 것도 뜻밖이다. 일단 취미가 같고 가치관이 같다 보니 통하는 게 많다. 굳이 연애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평생 서로 믿고 의지할 사이가 되면 좋겠다. 믿을 사람이 정말 드문 세상이지 않나. 이 와중에 윤정수가 지난주 JTBC <아는 형님>에 나와서 JTBC <님과 함께2 - 최고의 사랑> 때 ‘김숙과 2030년까지 둘 다 결혼을 안 하면 둘이 결혼하기로 각서를 썼었다, 이게 법적 효력이 있나’, 이런 얘기를 했다. 이제 김숙 얘기 좀 그만 했으면.

어른의 소개팅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주병진이 신혜선을 최종 선택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이 곧 결혼은 아니라고, 나이를 먹으면 사랑에 빠진다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차차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는 얘기. <오래된 만남 추구>도 명색이 연애 리얼리티인 만큼 선택의 과정, 랜덤 데이트 등 흥미 유발을 위한 장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례하거나 갈등을 조장할 정도는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니리라고 믿는다.

살아보니 나이를 먹으면 믿고 의지할, 급할 때 도움을 청할, 같이 밥 먹고 여행을 떠나고 속 얘기를 주고받을 사람이 필요하다. <오래된 만남 추구>에서 출연자들이 그런 인연을 찾으면 좋겠다. 보시는 분들도 믿음이 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 풍진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알아가는 정도,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응원하시면 되겠다. <오만추> 출연자들이 진심이냐 아니냐. 긴가민가 하는 마음이었을 출연자들도 진심이 나와서 놀라는 눈치였으니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