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손 꽉 잡은 김태호PD, 과연 새로운 레전드를 남길까(‘굿데이’)

‘굿데이’가 값비싼 레트로 예능에 머물지 않으려면

2025-02-19     김교석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김태호 PD에게 <무한도전>은 도라에몽의 주머니와 같다.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이란 밈처럼 캐스팅, 스토리텔링, 소재까지 그가 <무도> 이후 이룩한 모든 성공은 모두 <무도> 안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MBC와 다시 만난 김태호 PD의 신작 <굿데이> 또한 <무한도전>에서 비롯된 기획이다. 지드래곤이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함께 올해의 노래를 완성하는 음악 프로젝트인데, ‘무도가요제’만의 고유의 틀을 따른다. 무엇보다, <무도>의 찬란한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인 정형돈, 데프콘, 지드래곤이 함께 만든 ‘동묘 드립’을 아카이브에서 꺼내와 이야기를 시작하니 열광적인 기대는 자연스레 따랐다.

바야흐로 2013년. 당대 최고의 스타이자 아티스트였던 지드래곤과 그런 그의 명성과 패션센스, 음악성보다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정형돈의 부캐(당시에는 이런 용어 자체가 없었다)가 빚어낸 상황극은 무척 전복적이었고 신선했다. 게스트를 띄우지 않으며 성공했던 <무도>의 본질 그대로, 지드래곤이란 엄청난 거물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식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우선시하는 두 아저씨의 리얼리티와 설정 사이에서 선을 타는 캐릭터 플레이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무도>의 정수다.

11년 만에 돌아온 만큼 설정은 달라졌다. <굿데이>는 철저히 지드래곤이란 아티스트의 명성 위에서 존재한다. 2013년과는 정반대로 지드래곤이 앞장서고 정형돈, 데프콘, 코드 쿤스트, 조세호 등과 김태호 PD가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음악의 힘을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마음과 세대통합의 바람 등 지드래곤이 자신의 영향력을 ‘좋은 의도’로 발휘하겠다는 것이 기획의 시발점이다.

반면,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이나 섭외하고 친해지는 익숙한 그림들은 그 시절 <무도>를 환기 시킨다. <무도>의 음악특집들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접근방식을 따른다. 예능에선 쉽게 볼 수 없거나 절대로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고 생각한 대형 캐스팅과 대단한 인맥으로 판을 키운다. 능숙하진 않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성장서사를 통해 시청자들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바이럴을 만든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예능 방송 차원을 넘어서는 문화적 플랫폼이 되어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스타들이 평소 보여주지 못했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누가 출연하든 공식은 같다.

지드래곤이 호스트인 예능, 김태호 PD의 MBC 귀환, 모든 것이 레트로 무드인 시대를 살아가는 <무도> 세대에게, 10여 년 전 추억을 소환한 이 대형 예능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성공 공식과 찬란했던 추억은 관찰예능, OTT, 유튜브가 없고, SNS가 아닌 게시판 문화가 활발했던 TV예능의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거다.

좋은 사람을 발견하길 원하고 그 인물의 진정성이 평생에 걸친 삶에서 체화된 캐릭터이길 바라는 오늘날, 유명세를 소박함과 친밀한 정서로 치환하는 방식이 승부수가 될지, 스타 연예인들의 친목을 드러내고 판을 키우는 접근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음악예능 특유의 서사와 아는 맛의 유통기한을 어떻게 늘일지 반가움을 넘어선 재미를 만들 그 해법이 궁금했다.

티저에서 반가움을 건드렸다면 본편 1화는 평범했다. 지드래곤이란 대단한 인물이 왜 예능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부터 그를 중심으로 대단한 스타들이 친목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다. 추억에 기반한 정형돈과 데프콘의 한바탕 웃음 다음, <나 혼자 산다>의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코드 쿤스트와 팬심을 드러내는 기안84, 익숙한 역할의 조세호, 헬스장에서 구두 차림으로 기다리는 김수현 등 연출된 만남들은 리얼버라이어티 시절 방식 그대로다.

<무도>의 향수, 지드래곤의 스타파워, 김태호 PD에 대한 영원한 기대는 실제다. 시대의 전설을 쓴 예능 베테랑들의 귀환을 환영한다. 하지만, <무도> 멤버들이 당대 최고 뮤지션들과 의외의 조합을 이룬 무도 가요제의 맥락 트위스트 대신 지드래곤이 예능 선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하고, 대형 게스트들의 ‘출연’ 자체를 높이 띄우는 그 시절 TV예능의 작법이 자리한다. 그러니 오히려 11년 전에 받았던 새로움, 리얼함이 아직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지드래곤과 김수현이 예능에 나왔다고 게임이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자연스러운 이야기, 솔깃한 전개가 없다보니 프로젝트의 명분과 스타들이 친목 다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 사이의 간극이 발생한다. 다음 주는 연예계 대표 ‘88라인’인 김수현, 정해인, 임시완, 광희, 이수혁이 본격적으로 친해지는 <나는 솔로>식의 캠프, 황정민과의 만남 등이 예고되어 있다. 엄청난 볼거리임에는 분명하나 왜 연예인들이 말을 놓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우리가 봐야하는지 설득이 필요하다. <굿데이>가 비싼 레트로 예능에 머물지, 미래지향, 혹은 현재진행형인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지는 바로 이 여부에 달렸다. 어떤 스타들이 지드래곤과 함께하고 친해지는가를 지켜보는 동기보다 우리가 왜 지드래곤의 여정에 함께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바쁘고, 선택지가 많은 시청자들에겐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