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라인, 김구라 인천 연고, 서장훈 연대 타령, 뭐가 문제일까

시청자는 날마다 똑같은 밥상 받는 거 아주 지긋지긋하답니다

2025-03-07     정석희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직장에 대한 개념이다. 예전에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진득하니 다니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들은 연봉이라든지 근무 조건이라든지 저울질을 해보고 더 나은 쪽으로 가차 없이 옮긴다. 하지만 정작 사측이 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절대 안 움직인다나. 그렇겠지. 별 노력 없이 정년까지 버티는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보면 딱 그렇다. 방송사 사람들은 늘 말하기를 시청자가 주인이라는데 주인인 시청자가 아는 걸 방송사 사람들은 왜 모르는지. 아니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가? <놀면 뭐하니?>가 멤버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2023년 6월 10일 방영분을 끝으로 정준하·신봉선이 하차하고 7월 1일 주우재가 합류하면서 6인 체재가 됐다. 이제 곧 6인 체재가 된지 2년이 되는데 그동안 여섯 멤버 풀가동으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온 적이 있었나?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다. 김석훈 같은 게스트가 나오거나 두 그룹으로 나뉠 적엔 유재석이 속한 그룹의 에피소드만 반응이 있었다. 이 정도면 이제는 슬슬 결단을 내릴 때 아닐까?

지난달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8부작 <식스센스: 시티투어>를 보며 ‘아니 어쩐 일이래?’ 했다. 멤버 구성이 유재석, 송은이, 고경표, 미미. 일명 유재석 라인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물론 송은이와는 오랜 인연이긴 하나 고정 멤버로 만나는 건 SBS <진실 게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지 싶다. 솔직히 지석진, 하하, 조세호, 양세형, 양세찬 같은 그 나물에 그 밥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결 새롭게 다가왔다. 세상이 하도 해괴하게 돌아가다 보니 학연, 지연, 누구누구 라인, 그놈의 사적인 인연들, 아주 지긋지긋하다. 방송에서 김구라가 인천 타령하는 거, 서장훈이 연대 타령하는 거, 아무리 재미를 위한 설정일지라도 이젠 그만 보면 좋겠다.

‘김구라’ 하니까 생각나는 게 지난주 MBC <라디오스타>에서 기막힌 장면이 나왔다. 크리에이터 허성범의 자기소개 후에 김구라가 느닷없이 ‘우리 카이스트 출신들은 항상 학교 얘길 하던데 진호, 어디 나왔어? 학교?’, 홍진호에게 묻는 게 아닌가. 홍진호가 난감해 하며 ‘저요? 공고 나왔는데요’ 라고. 반말도 그렇고 출신 학교 묻는 것도 그렇고, 너무 무례하다. 진짜 몰라서, 궁금해서 물어본 걸까? 아마 채널A <아빠 본색>이었을 게다. 김구라가 아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광기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 공고 나왔잖아. 그것도 야간’. 아들을 앞에 두고 친구라는 사람이 할 말인가. 2016년 즈음일 텐데 어쩜 10년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어도 사람이 어떻게 변하질 않는지.

김태호 PD의 야심작 MBC <굿데이>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건 ‘G-DRAGON’ 권지용 중심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무한도전> 때의 인연에서 출발했지만. GD를 중심으로 배우 김수현, 이수혁, 임시완, 정해인, 황광희가 <나는 솔로> 콘셉트로 88년생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결과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그림이 나왔는데 여기에 조세호, 기안84가 더해지자 어디선가 본 그림이 되고 만다. 예를 들면 코드 쿤스트와 GD가 기안84의 스튜디오에 찾아간 장면, 이건 뭐 <나 혼자 산다>라고 해도 믿겠다. 변화 없이 숟가락 얹는 고인 물은 배제를 하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도 예능도 결국엔 참신한 캐릭터가 관건이다. 최근에 돋보였던 참신한 인물은 유튜브 ‘살롱 드립’에 출연한 제로베이스원 멤버 성한빈과 장하오. 둘의 케미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장하오의 경우 지난여름 <톡파원 25시>에 출연했고 얼마 전부터 JTBC <아는 외고>에 나오고 있다. 센스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새로운 캐릭터를 적절히 잘 살려낸 건 역시 ‘살롱 드립’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김소희 셰프가 등장하는 순간 기류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보면 역시 캐릭터가 중요하다.

“제발 과거의 인연 떨쳐내고 새로운 얼굴 좀 찾아오세요. 시청자는 날마다 똑같은 밥상, 아주 지긋지긋해요, 차리는 사람도 지겹지 싶은데요. 어제 그제 먹은 반찬 또 내놓는 거 괜찮으세요?”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KBS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