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 뭘 했다고 상을 받아?”...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에게
신동엽이 대체불가 예능인인 진짜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어느 시상식이든 끝나고 나면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다. <2025 백상예술대상>도 마찬가진데 사석에서 신동엽의 ‘남자 예능상’ 수상에 토를 다는 사람을 봤다. “평생 지붕 있는 데서 편하게만 했잖아. 최근에 술 마시는 유튜브가 잘된 건데 그런 걸로 상을 주나?” 신동엽 본인도 수상 소감에서 “후보에 오른 게 의아했다. 백상 MC를 오래 했기 때문에 배려를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누가 봐도 겸양의 농담이 아닌가. 이래서 농담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백상 MC 경력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을 줄 리가 있나. “무슨 소리예요. 신동엽 씨가 받아 마땅하죠.” 반박을 하고 싶었으나, 말을 보탤 자리가 아닌지라 유감천만이었다.
자신이 보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그리 착각하기 쉬운 게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추천해주지 않나. 영상만이 아니라 뉴스도 추천해준다. 그래서 관심 있는 것만 보게 된다. 다른 세상을 아예 못 볼 수도 있다. 일부러 찾아보기 전에는. 자칫 잘못했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만다. ‘신동엽이 뭘 했다고 상을 받아?’ 이런 사람이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다.
신동엽이 요 몇 년 새 방송가에 큰 공을 세웠다. tvN 시절의 <SNL>도 마찬가지지만 인재 발굴, 등용을 엄청나게 했다. 어디서 했느냐고? 2017년부터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에 진행자이자 제작자로 참여했다. 신동엽 없이 지금의 <SNL>이 존재할까? 부활할 수 있었을까? ‘없다’고 단언한다. ‘주기자’ 주현영을 시작으로 김원훈, 김아영, 지예은, 윤가이, 그리고 <SNL>을 통해 만개한 이수지. 한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많은 인재가 쏟아져 나오기가 어디 쉬운가. 이번 백상에서 ‘여자 예능상’을 수상한 이수지는 신동엽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SNL> 멤버들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주현영은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과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김아영은 SBS <악마판사>와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윤가이는 SBS <나의 완벽한 비서>와 MBC <언더커버 하이스쿨>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모두 <SNL>을 발판으로 성장한 거다. 최근 <SNL>의 인기 코너 ‘MZ 오피스’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직장인들’에 출연 중인 배우 현봉식도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상승세다. 이처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수의 인재가 발굴되고, 또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신동엽이라는 강력한 인물과 함께 호흡하는 환경이 최고의 훈련장이 되어주는 거다.
SBS <동물 농장>, KBS <불후의 명곡>, SBS <미운 우리 새끼>,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지금 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들은 신동엽 없이도 대충 굴러가겠지만, <SNL>은 신동엽이 없으면? 안 된다. 대체불가. 신동엽이 수상 소감에서 “앞으로 후배들이 망망대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순풍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스스로의 역할을 조절해가며 후배들의 방향을 제시해온 스승이자 선배다. 이번 수상에 고개를 갸웃하는 분이 있다면 그가 발굴하고 키워낸 후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시라.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