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이나 돈 자랑에 안달 난 연예인들, 기안84와 유승호 보고 배우길

예능 출연, 호감과 비호감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진정성이다

2025-05-23     정석희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예능 출연이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르친 이미지 하나로 공든 탑이 무너지기도 한다. 호감과 비호감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진정성이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의 기안84가 혼자 떠난 여행에서 그 진정성을 증명해 보였다. 보통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지만 기안84는 다르다. 누구를 만나 어떤 소통과 교감을 나눌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네팔 편에서는 우연히 만난 현지 청년 라이, 타망과 함께 셰르파 일을 체험하겠다고 나섰다. 30kg에 달하는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게 어디 쉬운가. 대충 하다 그만두려니 했는데 무려 여덟 시간 넘게 이어지는 고된 여정이었다. 일을 마치고 그들의 사정을 헤아려 신발과 옷을 사주는 기안84. 단 이틀을 함께했을 뿐인데 헤어지는 순간 타망이 “가지 마요, 여기 있으면 안 돼요?”라고 붙잡는다. 기안84가 떠나고 카메라가 꺼진 다음 들려오는 타망의 흐느낌. 오래오래 기억될 명장면이다.

JTBC <대결 팽봉팽봉>에서 ‘팽식당’의 알바로 출연한 유승호도 그렇다. 국밥과 수육을 팔겠다고 시작한 장사가 성과가 없자 사장 부부는 라면으로 주 메뉴를 바꾼다. 어설프고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고군분투하는 유승호. 시장 조사를 하고 메뉴를 개발하고, 손님 응대며 또 다른 알바 교육까지 도맡아 한다. 커피머신을 발견하고 아이스커피 판매를 제안하는 센스는 덤이다. 웃겼던 건 손님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자신과 함께 찍자는 줄 알고 정중히 거절했다가 민망해하는 장면이다. 예능 고정 출연은 처음이라는데 독학으로 예능을 배우는 셈이다.

반면에 예능 출연이 득보다 실이 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추신수 선수의 아내 하원미다. 지난 3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늘 해오던 대로 5500평 대저택을 자랑하더니 한국에서 지내는 아파트를 두고 50평대 ‘간이’라고 표현했다. 말실수였지 싶은데 그걸 편집 없이 내보낸 제작진도 의문이다. 추신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고도 이후 두 차례 국가대표 차출에 응하지 않은 이력이 있다. 구단이 승낙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지만 팬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들들의 국적이 미국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줄 만큼 민감하다는 걸 잊은 건지. 조심 또 조심해야 옳을 입장이란 걸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5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배우 신슬기. 등장하자마자 “아빠가 성형외과 의사인데 김국진 씨랑 골프 치신 사이래요”라고 인맥을 내세우더니 급기야 자신이 ‘다이아 수저’라며 해맑게 웃기까지 했다. 현재 KBS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와 SBS <귀궁>에 나오고 있는데 주말 드라마 두 편에 동시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되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그러니 당장 “다이아 수저라더니 역시 다르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SBS 플러스 <지볶행>에도 <나는 솔로> 최근 기수에도 비호감은 맡아놓은 당상이 눈에 띈다. 앉아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키기만 하는 출연자. 과거 tvN <삼시세끼>에서 얌체처럼 행동했다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배우도 있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고? 천만에.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방송에 얼굴만 비칠 때마다 그 장면이 여전히 회자된다. 지금은 영상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시대 아닌가.

결국 예능에서 인정받고 오래 살아남는 비결은 하나다. 시청자에게 진심이 전해지는 출연자. 기안84와 유승호가 그걸 보여줬다. 반대로 비호감으로 향하는 지름길도 명확하다.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게 쓸데없는 자랑. 그것도 자신의 노력이나 실력이 아닌, 배경이나 인맥, 돈을 앞세운 자랑은 더더욱 그렇다. 그건 예능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랑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제발 한 번 더 생각하고 눈치껏 하시라.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