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간 게 무슨 자랑이라고, 함익병 씨 결제는 누가 했나요?

함익병·백종원·이수정의 추락, 이쯤 되니 방송 믿어도 되나 싶다

2025-06-06     정석희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한때는 믿고 따를 사람이었다. 요리로 삶의 방향을 제시한 백종원, 범죄 심리 분석으로 신뢰를 준 이수정, 건강 상식으로 호감을 쌓아온 피부과 의사 함익병. 방송 출연 덕에 사회적인 영향력이 생겼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한 분야의 전문가인 이들이 앞다퉈 갈 지(之) 자 행보를 이어간다.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말을 쏟아낸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영역 넓히기야 누가 나무라겠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책임한 언행이다.

최근 함익병이 개혁신당 찬조연설자로 나서며 또 한 차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의 정치 입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가 과거 ‘독재가 왜 나쁜가’,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며 하루 만에 취소되었고, 2021년엔 윤석열 캠프에 영입되었으나 ‘군 복무 의무가 없는 여성은 4분의 3의 권리만 누려야 한다’, 또 다른 과거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7시간 만에 퇴출됐다. 그런 이력임에도 개혁신당이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번에는 유흥 접대를 시대적 문화로 치부하여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선 함익병. “룸살롱에 간 판사? 내 또래 50대 이상 남자 중에 안 간 사람 거의 없다. 나도 갔다.” 문제는 유흥 그 자체가 아니지 않나. 공직자가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그게 본질이다. 향응을 구시대 통과 의례쯤으로 치부하다니. 단순히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접대 문화를 당연시하고 정당화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형편이 어려워 못 갈 수는 있어도’ 이 대목은 유흥 접대가 돈 있는 이들의 특권이었음을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시각이 어이없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가 없으니 권리도 4분의 3만 행해야 한다. 아이를 둘 낳은 경우는 예외다.” 2014년 <월간조선> 인터뷰 내용이다. 병역이 곧 국민의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발상. 게다가 자식들이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표를 막았다고도 한다. 이런 그가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느냐. 여성 시청자가 주 시청층인 SBS <자기야-백년손님>, MBN <속풀이쇼 동치미> 등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고, 그걸 발판 삼아 사업을 확장하고, 나아가 정치판에까지 발을 내딛는 건 이젠 놀랍지도 않다. 백종원, 이수정, 함익병, 방송을 통해 얻은 신뢰와 인지도는 어느새 무기처럼 사용된다. 이리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 믿어도 되나?’ 공인은 단지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이며 그 영향력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책임을 외면한 자, 신뢰를 저버린 자, 죄를 합리화하는 자가 정치를 하는, 방송에 버젓이 얼굴을 내미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 다음 선거, 그리고 앞으로의 방송.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SBS, MBN,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