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나 연습이 더는 필요치 않은 박보검과 이동욱의 완성형 배려
나는 누군가에게 박보검 혹은 이동욱일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박보검. 연기는 당연지사, 태도까지 주목받는 배우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때도, 현재 방송 중인 JTBC <굿보이> 홍보 현장에서도 동료 배우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미담 자판기다. ENA <보고 싶었어>에 출연한 오민애, 강말금, 김금순, 세 배우 역시 박보검을 극찬했다. ‘감사합니다’가 말 습관이라나.
정말 그렇게 괜찮은 사람일까. 간혹 상황 따라 친절해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궁금하던 차에 박보검이 KBS <1박 2일>에 초대됐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은 어떤 의미로는 다큐멘터리다. 그야말로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카메라가 계속 따라붙다 보니 인성이, 본색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디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예의 주시했다.
함께 출연한 이상이가 이런 말을 한다.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동기화된다는 걸 박보검을 통해 알게 됐다고. 아이들만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게 아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박보검이 등장하자 유선호가 반색하며 ‘찐팬’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휴대폰 배경화면도 <폭싹 속았수다>라고. 그 말에 박보검은 거의 90도에 가까이 절을 하며 고마워한다. 박보검은 93년생, 유선호는 02년생. 나이로도, 데뷔 시기로도 한참 선배다. 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에게 ‘선호야, 너’ 대뜸 반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동료로서 깍듯이 존중해주는 거다.
‘간식 사오기 미션’에서도 진심이 보였다. 만두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른다. 왜 그러나 했더니 스태프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샀지 뭔가. 계산할 때 KBS 현금영수증 번호를 묻는 꼼꼼함도 보여주면서. 음식을 펼쳐 놓고 먹기 시작하자 앞자리에 앉은 스태프에게 먼저 권하기도 하고, 식사가 끝날 즈음엔 조용히 자리 정리도 한다. 차 안에서는 뒷받침 없는 좌석에 앉은 문세윤이 불편해 보였는지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나서기까지. 같은 상황에서 SBS <런닝맨>의 송지효가 그런 자리에 앉았을 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배려는 배움과 꾸준한 연습, 실천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보검은 이미 완성형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휴식 시간. 요 위에 입었던 옷 그대로 눕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요 한쪽을 접어 그 위에 팔을 짚는다. 그것도 주변 사람 눈치 안 채게 조심스럽게. 반면 지난 일요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허경환 침대에 김준호가 무례하게 눕는 장면이 나왔다. 시대착오적 개그다.
이런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 또 있다. 유튜브 채널 ‘뜬뜬’의 <깡촌캉스>에 출연한 이동욱. 도넛 가게 사장님이 만 원만 받겠다고 하시자 이동욱은 눈짓으로 2만 원을 드리라고 회계 이상이에게 신호를 보낸다. 사장님이 고집하셔서 만 원을 내고 가게를 나섰지만 마음이 불편했는지 다시 돌아가 결국 만 원을 더 드렸다나.
경기도 어렵고 다들 살기 빡빡한 마당에 호의는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넙죽 받는 것도 염치없는 일이 아닌가. 주시는 마음은 헤아리면서 계산은 제대로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여행 중 들른 카페에서는 사장님의 딸이 곧 결혼한다는 얘기에 유재석의 제안으로 출연자들이 10만 원씩 갹출해 축의금을 전했다. 40만 원, 많다고 많고 작다면 작은 액수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평생 기억될 선물이리라.
작은 배려가 아쉬운 요즘 나는 누군가에게 박보검일 수 있을까? 이동욱일 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