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도장깨기를 거부한 ‘무쇠소녀단2’ 제작진의 영민한 선택

특별한 예능 ‘무쇠소녀단’ 시즌3를 벌써 기대하는 이유

2025-09-30     김교석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4개월간 펼쳐진 tvN 예능 <무쇠소녀단2>의 도전이 멋지게 마무리 됐다. 철인3종에 도전한 시즌1에 이어 승패보다 멋진 결말이란 말이 어울린다는 평가와 박수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건 <무쇠소녀단2>은 다른 스포츠예능이나 리얼버라이어티에 비해 빼어난 기획이나 볼거리, 남다른 서사를 꾸렸다고 보긴 어려웠음에도 남다른 특별함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12화 중 권투 훈련에 초점을 맞춘 9화까지는 다소 투박했다. 지난 시즌을 뛰어넘는 기획의 성취라든가, 금새록의 합류 이외에 새로운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명 한 명에 맞춰 서사를 세련되게 구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권투 연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방송을 위한 이벤트성 볼거리를 배치해 뚝뚝 끊긴다. 방송을 위한 이벤트 이외에 함께하는 케미스트리를 전면에 내세운 장면은 거의 없다. 만약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진정성이나 리얼리티에 반하는 무척이나 예능 방송 차원의 틀에 박힌 볼거리들로 박한 평가를 받았을 전형적인 기획과 구성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된다.

물론, 이해는 한다. 진지한 권투 연습만 담을 경우, 반복되고 지루한 개인 훈련으로 방송거리를 만들기가 어렵다. 이를 상쇄하고자, 제주도와 푸켓에 가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고, 다른 종목 여자 선수들과 체력 대결도 하고, 계단 오르기, 셔틀런, 하이록스, 트레일러닝 등등 권투와는 직접적인 연결이 없는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을 하면서 차근차근 권투 실력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며 볼거리를 만들었다. 김동현과 함께하는 훈련에서는 예능 차원의 웃음도 담으려 노력했다.

초반에는 부정적 피드백이 있었다. 종목 특성상 기간대비 숙련도 측면에서 무리수라는 반응, ‘여’배우들의 투기 종목 도전이 지난 시즌 같은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의 염려가 극히 예능차원의 볼거리 위에 나오긴 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이런 부정적 피드백들은 씻겨 내려갔다. 명백히 방송 차원의 볼거리들임에도 불만보다는 성장 서사의 일환으로 받아들였다. 훈련 장면들 위주로 강조해서 편집하지 않아도, 훈련일지를 짧은 스케치와 자막으로 처리했음에도, 매회 스탭업 해온 모습에서 변화를 시청자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무쇠소녀단2>는 함께하지만 결국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는 개인 종목에 도전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과거 쇼버라이어티 시절에는 캐릭터들이 함께 무언가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이를테면 현재 <놀면 뭐하니?>의 서울가요제) 성장서사 속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했다. 하지만 리얼리티와 진정성이 점점 더 강해지고, 예능에서 시청자들이 직접적으로 가져갈 효용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시청자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성취가 중요해졌다. 배우가 권투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는 방송 차원의 기획된 도전이지만,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최선을 다하는 열심히 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귀감이 되고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뿅뿅 지구오락실> 같이 캐릭터 플레이를 통한 케미스트리를 펼치는 게 아니라 각자 흘리는 땀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된다. 스케줄 때문에 12시 이후 운동을 해야 하는 박주현은 그럼에도 러닝이라도 꾸준히 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쏟았고, 체력이 약한 금새록은 부단히 노력해 경기를 앞두고 보여준 훈련에서 유산소 능력이 상당히 올라왔음을 증명했다. 곧 잘하는 유이와 말 그대로 링 위에서 쓰러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 설인아는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단장 역할을 맡은 김동현이 구심점이긴 하지만 그 역할은 예전 리얼버라이어티의 메인MC에 비해 무척 제한적이고 지배력이 높지 않다. 권투에 관해서는 김지훈 코치가 감독 역할을 일임하고, 예능차원의 볼거리에서도 누군가의 리드가 필요하지 않다. 함께하지만 훈련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발전과 결과는 개개인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스포츠 만화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승부나, 상대를 빌런이나 최강자로 그리는 언더독 스토리나 원팀을 만들어가는 성장서사 같은 극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철저하게 도전하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연달아 두 번의 대회를 붙여서 시즌을 마련한 방식은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사실 꽤나 전복적이었다. 실제로 서울대회에서 설인아 등이 보여준 모습은 화제를 불러 모으기 충분했고, 애초 기획단계부터 다른 예능이었다면 강약 조절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대회와 인천 대회를 이어서 붙여서 보여준 편집은 이들의 진정성과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회를 방송을 위한 이벤트로 활용하기보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의 스케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상대와 승패와 상관없이, 방송차원의 안배와 무관하게 자기 스스로를 극복하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귀를 기울였다. 배우들이 짧은 기간 강렬하게 진심으로 도전하는 모습은 스포츠예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선과 귀감이 담긴 완성도 높은 이야기였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최선을 다했던 만큼 결과를 깨끗한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진정성과 감동을 건넸다. 다소 투박하지만 그래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있었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예능. 캐릭터 플레이가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끌고 갔다. 끝났다는 아쉬움 대신 벌써 유이, 금새록, 박주현, 설인아 이들이 보여줄 다음 도전이 기다려진다. 도장깨기에 대한 기대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와 귀감의 즐거움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