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에게 감히 진심을 들먹이다니, 반드시 실력으로 갚아주길(‘신인감독 김연경’)
김연경 감독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의 도전과 비상을 응원하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꼭 보시라’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겼다. 지난달 28일 첫 회가 방송된 MBC 〈신인감독 김연경〉. 누군가는 JTBC 〈최강야구〉를 베낀 것이 아니냐고 타박을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최강야구〉 역시 KBS 〈천하무적 야구단〉과 JTBC 〈뭉쳐야 찬다〉를 적당히 섞은 게 아닌가. 포맷 논란은 접어 두고 중요한 건 ‘김연경’이라는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스포츠 예능이라는 점이다.
현재 7개 구단으로 운영 중인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 8번째 신생 구단으로 합류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팀명은 ‘필승 원더독스’. 방출, 부상, 조기 은퇴 등 서로 다른 사연으로 코트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이 다시 힘을 모아 ‘언더독’에서 ‘원더’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다. 단 7경기 안에 4승을 거두지 못하면 즉시 해체라는 조건이 붙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프로그램의 중심에 오롯이 김연경 감독이 있다는 사실이다. 진행자를 중심으로 패널 여럿이 한마디씩 거드는 안일한 구성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 흔한 예능인이 단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김연경의 진심’을 믿겠다는 선언이자 허투루 예능으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다짐이지 싶다.
김연경은 이미 선수 시절부터 한국 여자배구의 존재감을 세계무대에 각인시킨 인물이다. 도쿄올림픽 이후 출연 요청이 빗발쳤지만 늘 ‘여자배구 특집’이라는 조건을 붙여 동료들과 함께 나왔다. 배구의 저변을 넓히려는 신념 때문이었고 이번에도 그 진심은 변함없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배친자(배구에 미친 자)’라니!
그리고 매니저 부승관의 존재가 의외의 보석이다. 겉으론 화제성을 노린 아이돌 캐스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자타공인 여자배구 덕후다. 음악방송이 끝나자마자 경기장으로 달려갈 정도로 열성팬이고 스스로 감독이 되어 전략을 짜볼 만큼 전문성도 뛰어나다. 첫 회에 보니 모든 선수들의 프로필과 장단점을 꿰고 있었다. 김연경의 진심과 부승관의 진심이 만났으니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지 뭔가.
경기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선수 기량 평가를 했는데 냉정하다 못해 독설에 가까운 평가를 쏟아냈다. 특히 전 감독이자 해설가 차상현은 김연경 감독을 향해 ‘진심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 배구에 평생을 바친 김연경에게 진심을 논하다니.
가수 ‘청하’ 닮은꼴로 유명한 이진 선수에게는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주목받았다 착각하지 말라’는 식의 일침을 놓았고, 문명화 선수에게는 ‘장점은 많으나 느린 게 치명적이다, 별별 방법을 동원해도 안 고쳐진다’고 독하게 평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김연경 감독은 그 느리다던 문명화 선수를 2세트부터 적극 기용해 득점을 이끌어냈지 않은가. 또 세터 이나연에게는 ‘길게 토스를 주라’는 지시를 내려 김나희의 득점으로 연결했다. 감독의 작전이 적재적소에서 빛이 나는 장면이야말로 스포츠 예능의 묘미다.
배구를 잘 모른다고? 〈신인감독 김연경〉은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끔 하나하나 친절히 풀어준다. 과거 여자배구가 남자경기의 ‘오프닝’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김연경이라는 스타의 등장은 여자배구의 위상을 바꾸어 놓았다. 그녀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실력으로 보여줘야죠.” 김연경 감독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의 도전과 비상을 응원한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