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필적한다던 자식을 향한 모성애, 어째서 이렇게 달라진 걸까

모성애 무게는 천차만별, TV 속 너무나 다양한 엄마들

2025-11-10     정석희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어머니’, ‘엄마’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희생, 그리움, 따뜻함, 버팀목, 안식처, 내 편.

아마 자식들이 바라는 어머니가 바로 이런 존재이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 TV에는 그와 상반된 어머니들이 속속 등장한다. ‘어머니’를 사랑과 헌신으로 포장하던 시대는 일찌감치 끝났지만 그렇다고 나이 어린 자식보다 내 서사가 먼저인 엄마가 이렇게 쏟아져 나와도 되나 싶다. 물론 여전히 자식이 내 목숨보다 더 귀한 엄마들도 있다. SBS Plus <나는 솔로> 28기 돌싱 편의 몇몇 어머니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나민애 교수, tvN <태풍상사>의 강태풍(이준호)이 엄마 정정미(김지영), ENA <착한 여자 부세미>의 김영란(전여빈)의 엄마 김소영(소희정)까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성이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신에 필적한다는 의미이리라. 하지만 사실 모성애의 무게는 천차만별이다. 자식을 위한 헌신도 저마다 다르다. SBS Plus <나는 솔로> ‘돌싱’ 편은 매번 화제를 모은다. 그러나 보고 있자면 조마조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 생각은 안 하나, 왜 저래. 아이들 얼굴을 생각해서 자제 좀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방송 후에 아이들이 이런저런 소리를 듣게 될 게 빤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 꼬리표가 꽤 오래 갈 터, 검색하면 얼굴이며 직업이며 사는 곳까지 싹 다 나오는데 말이다.

이번 28기는 특히나 걱정스러운 인물이 여럿이다. 우선 ‘현숙’. 도를 넘는 옷차림과 언행이며 과한 스킨십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또 ‘영숙’의 감정 과잉, ‘순자’의 가학성 취향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어머니가 오히려 원인 제공을 해서야 쓰겠는가.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나민애 교수의 말을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나민애 교수의 꿈이 장수라는데 오래 살고 싶은 이유를 “아이들이 사회에서 모멸감을 겪고 쓰러졌을 때, 기어서라도 찾아올 수 있는 마지막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것이 모국어이며 결국 모성애라고 설명했다. 모성애가 과장된 희생의 상징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올 자리라는 의미일 게다.

ENA <착한 여자 부세미> 속 김영란의 엄마 김소영은 그와는 정반대다. 마지막 보루는커녕 청소년기에 생리대를 훔치려다 억울하게 전과를 갖게 된 딸에게 돈이 없어서 합의를 못 해준다고 선언한 엄마가 아닌가. 그럼에도 이후 계속 돈을 요구했는가 하면 심지어 돈을 받고 딸을 사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모성은 자동으로 주어지는 본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소영이 보여준다.

이와 달리 tvN <태풍상사>의 태풍이 엄마 정정미는 자신이 자식이 기댈 언덕이 못 되는 것이 너무나 속상한 엄마다. 남편이 죽고 하루아침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가운데 오미선(김민하)네 집 더부살이 신세지만 어떻게든 자식에게 도움이 되고자 애를 쓰지 않나. 급기야 서툰 미싱 일로 일당을 벌어서 반찬값에 보태는데 그렇게 차려낸 밥상의 엄마 국그릇에는 건더기가 거의 없었다. 엄마 정이 그리웠을 미선이 동생들에게 온기를 나눠주는 태풍이 엄마. 이처럼 어딜 가든 어느 상황에 놓이든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사람이 있다. 울며불며 과거에 내가 어떻게 살았으니, 신세 한탄을 할 법도 한데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정정미. 이게 바로 격이다.

‘어머니는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의지할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분’이라는 말이 있다. 정정미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지난주 TV 속 다양한 엄마들을 보며 명언 하나가 생각났다. “부모란 하나의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직업의 적성검사가 행해진 적은 없습니다.” 버나드 쇼의 말이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SBS, ENA,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