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광희는 어쩌다 민폐가 되었을까
2014-03-08 이만수
‘정글’ 헝거게임, 새 실험에 심사숙고 필요한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광희가 왜 최강자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정글의 법칙>에서 갑자기 민폐가 되어버린 광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바이벌 형식으로 ‘헝거게임’을 표방한 <정글의 법칙> 보르네오 100회 특집에서 광희가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배가 전복되어 게임에도 지고 또 얻었던 아이템들도 바다에 빠뜨린 일에 대한 비난이다.
최강자팀과 병만족팀으로 나뉘어 더 많은 대왕조개를 캐는 대결을 벌이는 와중에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가다가 일어난 일이다. 광희는 더 세게 노를 젓기 위해 일어섰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사실 <정글의 법칙>에서 배가 전복되거나 물에 빠지는 일은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광희는 민폐가 되어버린 걸까.
사실 광희가 최강자팀에 들어간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이들을 별로 없을 것이다. 광희의 캐릭터는 능력자라기보다는 웃음을 주는 역할이고, 때로는 그 힘겨움을 보여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정글의 법칙>에 합류했을 때 광희는 너무 힘겨워 눈물을 보이고 또 그만 두겠다며 포기 선언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런 광희를 비난하는 여론은 없었다.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이것은 광희의 문제라기보다는 프로그램 콘셉트의 문제다. 당시 광희가 심지어 포기 선언을 할 때마저 그가 민폐가 되지 않았던 것은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정글이라는 생존환경에서 지쳐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만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가족처럼 서로를 다독였다. 민폐가 아니라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끌어안는 모습이 오히려 훈훈한 장면으로 여겨졌던 것.
하지만 ‘헝거게임’ 형식을 빌어온 <정글의 법칙> 보르네오 100회 특집에는 이런 정서가 사라져버렸다. 이것은 서바이벌류 대결구도 형식이 가져온 결과이자, 그것을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그려낸 카메라 연출이 가져온 결과다. 먹거리와 생존 장비가 게임의 아이템처럼 표시되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지도가 펼쳐지는 화면에는 가족적인 정서는 없고 생존과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자극적인 대결만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여성 출연자인 이영아에 대한 비판까지도 생겨났다. 바다에서 채취한 대왕조개를 요리해 먹는 장면에서 유독 잘 챙겨먹는 그녀의 먹방이 장난스럽게 연출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것 역시 과거의 <정글의 법칙>이었다면 비난이 아니라 정글에서도 잘 먹는 게 보기 좋은 모습으로 여겨졌을 일이다. 하지만 서바이벌의 분위기에서 이 먹방은 타인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런 게임 형태의 정글 서바이벌은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 모르지만 반복되면 <정글의 법칙> 본연의 색깔과 정서를 모두 지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마도 이번 ‘헝거 게임’ 콘셉트는 100회 특집으로 마련된 일종의 이벤트의 성격이 강할 것이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실험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제작진들은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게임과 자극의 연속은 결국 훈훈했던 <정글의 법칙> 병만족의 가족적인 정서 대신 누군가를 민폐로 만드는 결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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