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된 국민사위 함익병 ‘백년손님’ 하차하나
2014-03-11 이만수
함익병 독재 발언, ‘백년손님’에는 치명타인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독재가 왜 잘못된 거냐.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이름이 좋아 ‘철인 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다.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고 본다.” “저는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독재를 선의로 했는지, 악의로 했는지, 혹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귀가 의심스러운 발언이다. 배울 만큼 배운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 그것도 요즘 <백년손님-자기야>에서 국민사위로까지 불리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함익병의 발언이라는 건 더더욱 믿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의사라기보단 의사 면허 소지자”라며 “좋게 말하면 과대망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여성을 주로 상대하기 마련인 피부과 의사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월간조선> 3월호에 게재된 함익병 인터뷰 내용은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그간 <백년손님>을 통해 함익병을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마치 친 자식 같은 사위의 모습으로 이 땅의 장모들과 아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던 함익병을 떠올려본다면 도대체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SBS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개인의 문제이고 프로그램과는 관련 없는 발언”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SBS나 <백년손님> 제작진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로그램과 무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관찰 카메라에서 화면에 잡힌 모습과 화면 바깥의 모습은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화면 바깥에서 한 어떠한 행동도 그대로 화면 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바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이다.
함익병의 발언을 그저 개인적인 생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지극히 사적인 모습 속에 드러나기 마련인 인물의 진면목을 포착해내는 것. 그것이 최근 들어 진정성의 요구에 발맞춰 점점 많아지는 관찰 카메라 형식의 특징이다. <백년손님>이 과거 <자기야>라는 토크쇼 형식에서 굳이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바꿈으로써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진정성의 힘 때문이었다.
그러니 함익병의 독재 발언이나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발언은 <백년손님>처럼 달라진 장서관계를 보여주는 다소 진보적인 내용과는 상치될 수밖에 없다. 즉 이번 발언은 함익병 개인은 물론이고 <백년손님>라는 프로그램에도 악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미 같은 배에 올라타기는 힘겨운 상황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계속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것은 양측이 함께 침몰하는 길이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 관리가 중대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짝>의 출연자 자살 사건에 이어 함익병의 발언 논란을 겪게 된 SBS로서는 한껏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양과 예능의 접목을 시도해왔던 SBS의 선택이 출연자들의 문제로 심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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