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탄’ 백청강, 심사위원 점수는 포기하나
2011-05-24 최명희
-‘위탄’ 백청강, 문자투표에 승부수 띄운다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괜찮은 현직 아나운서의 경우에도 뉴스를 진행할 때마다 국장, 부장,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작은 꼬투리라도 하나 잡아서 계속 혼을 내고 주의를 주면 그 아나운서의 뉴스 진행이 정말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MBC 신동호 아나운서의 말이다. 실제 실력과 무관하게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을 상실할 경우 본인 능력치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매사에 자신있게 대처하는 사람은 실력 이상의 성과와 대우를 받을 때가 많다. 물론 자신감과 자만심은 다르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이 6개월이 넘는 대장정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화 OST'를 미션으로 진행된 지난주 ‘위탄’에서는 신승훈의 멘티 셰인이 아쉬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김태원의 제자들인 백청강과 이태권이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TOP2를 가린 ‘위탄’은 오는 27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자유곡과 지정곡 미션으로 대망의 ‘위대한 탄생’을 결정 짓는다.
결승전도 본선과 마찬가지로 문자투표 70%, 심사위원 평가 30%를 비중으로 각각 합산한 뒤 최후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백청강과 이태권이 동일한 멘토의 제자인 데다 같은 성별이지만 이들이 창출하는 호소력은 차이가 있다. 이태권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사랑받는 음색’으로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면, 백청강은 특유의 미성을 앞세우며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한다. 역시 최대 관심은 셰인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있다. 느닷없이 ‘위탄’을 시청하고 투표에 참여할 사람보다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투표하던 사람이 마지막 방송에서도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청강이 문자투표에 ‘올인’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먼저 ‘위대한 멘토’로 등극한 백청강의 사부인 김태원의 전략에서 이 같은 판단이 감지된다. 김태원은 지난주 미션에서 '왕의 남자' OST인 '인연'을 준비하는 백청강에게 “이제 비음을 살려도 된다. 너무 억누르는 모습은 오히려 듣는 사람들도 힘들어 한다"고 조언했다. 비음과 모창을 줄기차게 지적받아 온 그에게 비음을 살리라니. 심사위원들이 또 비음을 문제 삼으며 혹평을 하더라도 ‘듣는 사람’ 즉 시청자들을 힘들게 하지는 말자는 얘기다. 심사위원 점수를 일정부분 포기하더라도 시청자 만족도를 높여 문자투표를 끌어내자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백청강은 이태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문자투표수와 순위가 사실상 공개된 첫 생방송에서 백청강은 12명의 참가자중 30만표 이상을 획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방송에서도 문자투표수에 있어서는 줄곧 최상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관측된다. 백청강은 첫 생방송에서 심사위원 점수 2위를 기록한 이후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줄곧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는 지난주 TOP3의 게릴라 콘서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세 명중 누구 하나라도 게릴라 콘서트가 실패하면 난감한 일. 셰인과 이태권은 슈퍼쥬니어의 리더인 이특과 함께 각각 성신여대와 모교인 금파중학교를 방문해 성공적인 콘서트를 마감했다. 반면 백청강은 박슬기와 함께 강남역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일일MC 이특이라는 존재와 여대나 모교라는 장소는 일종의 보험과 같이 느껴진다. 반면 백청강에게는 별다른 ‘보험’이 없었다. ‘위탄’ 제작진도 TOP3중 가장 높은 백청강의 인기를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자신의 우상인 김경호와 함께 한 감동적인 무대경험도 백청강에게는 심사위원 평가에 목매지 않고 문자투표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백청강과 함께 듀엣으로 자신의 히트곡 ‘아버지’를 열창한 김경호는 줄곧 백청강을 배려하는 무대를 선보인 뒤 “백청강이 모창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호는 오히려 “맑고 고운 고음에 슬픔을 간직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한 때 지속되는 비음과 모창, 그리고 음정불안에 대한 지적에 무대에서 주눅이 들어 제대로 실력을 펼치지 못하던 백청강이 이제는 해방된 모습이다. 스승인 김태원은 비음을 살리라고 하고, 우상인 김경호는 모창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심사위원들의 생각도 바뀌길 기대해서는 안된다. 스승과 우상을 믿고 자신감을 회복해 본인이 만족할 만한 마지막 무대를 창조해야 한다. 투표권자의 선택을 기대하는 건 그 다음이다.
문자투표가 인기투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국민 공개 오디션을 표방한 이상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투표시간 제한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시즌2에서는 보완되길 기대한다. 현재의 여건에서 백청강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백청강이 회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동료이자 라이벌인 이태권을 누를 수 있을지, 예선 때부터 줄곧 ‘우승 후보’로 주목받아온 이태권은 어떤 비장의 카드로 백청강을 이겨낼지, 이들의 마지막 승부가 주목된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백청강 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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