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에서 함익병까지, JTBC의 위험한 선택
2014-03-28 이만수
JTBC는 왜 이미지 세탁소를 자처하고 나섰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최근 강용석 변호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나운서들의 공분을 샀다. 대학생 토론 동아리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조언(?)으로 아나운서들을 집단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용석에게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낸 것.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은 강용석의 발언에 대해서는 부적절함과 저속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렇지만 이것을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잘못은 인정되지만 법적인 처벌은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 판결에 대한 아나운서들의 반발이 보도되자 그간 방송인으로 맹활약하며 잠잠해졌던 강용석 변호사에 대한 이미지는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강용석 변호사의 사례는 이른바 논란을 겪은 인물들이 그만한 자숙이나 반성의 시간 없이 방송을 계속 할 경우 제아무리 이미지가 바뀐다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강용석 변호사의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와 함께 방송을 하고 있는 이들이나 방송사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최근 우려스러운 점은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상파를 압도하는 화제성을 만들어온 JTBC로 일련의 논란 인물들이 복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논문 논란으로 방송을 접었던 김미경 강사는 <나만 그런가>로 방송을 시작했고, 최근 인터뷰 논란으로 <자기야 백년손님>에서 하차하게 된 함익병은 곧 이경규와 함께 하는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함익병은 <자기야>에서 하차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바로 방송에 복귀하는 것으로 많은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JTBC측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인터뷰 논란이 나오기 전에 이미 섭외가 됐던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래도 이미 터진 문제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함익병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벌써부터 대중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이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라는 신규 프로그램에게 지워질 부담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케이블이나 종편은 논란 연예인들이 바로 지상파로 들어오기 전 우회 전략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주목도가 낮은 케이블이나 종편을 통해 얼굴을 들이밀고 그렇게 서서히 방송을 하고 있는 이미지를 만든 연후에 지상파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이것은 연예인의 이미지 전략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케이블이나 종편 역시 지상파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선택적인 시청자들로 인해 지상파 이상의 집중도를 보이기도 한다. 케이블이나 종편의 입장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감은 방송사의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최적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논란 인물들이 슬며시 들어오는 건 여러모로 해당 방송사에 부담을 만들 수밖에 없다. 강용석, 김미경, 함익병으로 이어지는 JTBC 예능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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