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아이즈’ 구혜선 연기에 몰입하게 될 줄이야
2014-05-03 이만수
‘엔젤아이즈’ 연기 호평 구혜선, 무엇이 달라졌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놀라운 일이다. 구혜선의 연기에 몰입될 줄이야. 구혜선이라는 이름에는 따라다니는 단어들이 있다. 그것은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와 ‘연기력 논란’. 금잔디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그 후로는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어도 좀체 몰입할 수가 없던 그녀였다. 그러니 연기력 논란은 늘 따라다녔다.
여기에 어딘지 수동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은 구혜선이라는 배우에게 너무 가녀린 여성의 이미지만을 덧씌웠다. 여성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캐릭터는 호감을 갖기가 어렵다. 남자 주인공과의 멜로를 그려내는 캐릭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엔젤아이즈>에서 윤수완이라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구혜선은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먼저 윤수완의 19살 시절을 연기한 남지현을 떠올려 보라. 남지현과 상대역인 어린 박동주를 연기한 강하늘은 성인 연기자들도 흉내 내기 어려운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부분 이런 경우 성인 역으로 연기하는 연기자들은 어린 연기자들과 비교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구혜선은 윤수완 역할을 큰 무리 없이 남지현으로부터 이어받았다. 앞을 보지 못했던 인물에서 이제 앞을 보게 된 그녀는 소방대원이라는 보이시한 캐릭터까지 덧붙여졌다.
겉보기엔 한없이 털털하게 보이지만 그 속내에는 깊은 아픔과 그리움이 존재하는 윤수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은 구혜선의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준다. 어딘지 가녀리게만 보였던 구혜선의 연기가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내는 강인한 내면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겨울연가>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온 <엔젤아이즈>의 재회 과정들은 윤수완과 박동주(이상윤) 사이를 바라보는 이들을 더 절절하게 만들어냈다. 부인하는 박동주의 실체와 진심을 알게 된 윤수완이 오열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여기에 사실은 자신에게 눈을 주고 저 세상으로 떠난 동주의 어머니 유정화(김여진)의 납골당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역시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연기자의 연기를 깨우는 건 좋은 캐릭터라고 했던가. 구혜선의 연기를 깊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윤수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다양한 결이다. 이 캐릭터는 사적인 사랑에 있어서 한없는 그리움을 담아내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겪은 커다란 사고의 트라우마로 위급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은 윤수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또 다른 호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것은 구혜선이 연기할 윤수완이라는 캐릭터의 시작 부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앞으로 그녀가 어떻게 눈을 갖게 됐는가 하는 비밀이 하나씩 벗겨져 나가면서 그 때마다 사랑과 분노, 죄책감 같은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혜선에게 <엔젤아이즈>는 그래서 연기자로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정도 몰입만 하더라도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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