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전보다 친숙한 존재가 됐다는 증거
2014-05-30 김교석
연예인 열애설 잠재운 ‘라스’ 장수원·강민경의 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우린 얼마 전까지 연예인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과는 먼 별천지를 살아가는 동경하고 궁금한 세계였다. <놀러와> 때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이 누구와 친하고 어떤 모임을 갖고 우린 이렇게 논다는 것이 토크의 주요 소재였다. 그러나 더 이상 연예인들, 그들만의 리그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토크쇼들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는지, 혹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그 일상을 엿보는 관찰형 예능과 <쉐어하우스> 같은 더 직접적인 고백들이다.
<라디오스타>에서 장수원과 강민경은 이런 변화를 몸소 보여줬다. 임펙트 있는 연기를 보여준 연기의 신 특집이라고 코팅했지만 누가 봐도 그 임펙트의 획은 조금 다른 곳에 있었다. 굳은 연기, 익룡 연기, 주스 아저씨가 함께하는 발연기 특집. ‘대놓고 디스하겠어?’라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출연했는데 대놓고 발연기를 논했다. 이에 근20년차 전문 연기자와 오빠부대를 거느리던 아이돌 출신과 미모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여자 연예인이 발연기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유머로 승화했다. 어떻게 보든 치부를 건드리고 놀렸지만 꿈쩍하지 않고 인터넷 세상에서 이슈가 됐던 자신들의 발연기 모음 영상을 보면서 함께 웃고 자폭했다. 연예계를 소비하는 대중의 접근과 연예인들이 자신의 신분과 직업에 대한 의식 자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이는 재밌는 장면이었다.
어색하게 소리를 지르는 감정 연기를 두고 익룡을 표현했다고 평가받은 강민경은 오히려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며 놀림을 오히려 해명의 장으로 활용했다. 자신의 첫 번째 연기 도전에서 첫 번째 촬영 분이었다고 이해를 부탁했다. 그럼에도 MC들이 <쥬라기 공원> 등을 언급하며 놀리자 익룡으로라도 <쥬라기 공원>에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할리우드 가는 거 아니에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녀는 연기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선 언급하기 부끄러운 방송 중 방귀와 트림을 했다는 소문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엉덩이뽕’ 논란에 대해서도 창피했다면서 생각보다 드러나니 속아서 사지 말라고 솔직히 말했고, MC들이 골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고 하자 웃으면서 ‘골반은 튼튼합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대에서 시원하게 뽐냈다.
<사랑과 전쟁> 아이돌판에 출연했던 장수원을 놓고는 모두가 한 술 더 떴다.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대목에서 모두가 놀라자, 모교의 명예를 위해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자기를 다시 캐스팅하면 PD는 괜히 평생직장을 퇴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담담한 어투로 스스로를 희화화했다. 로봇 연기의 창시자라고 놀리면서 MC들이 로봇의 기계어투로 질문을 던졌지만 장수원은 멘탈의 붕괴는 이뤄지지 않고 고요한 강철 마인드로 로봇연기를 베이스로 익룡 연기와 주스 뱉기를 해달라는 요청에도 열심히 응해줬다. 장수원은 놀랍게도 캐스팅 의뢰가 들어오곤 있지만 지금 다시 연기에 도전한다고 한들 그때보다 잘할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계속된 놀림에 로봇 연기는 연습 안 해도 몸에서 베어 나오는 거라며 맞받았다. 노래를 부르다 음이탈이 나자 윤종신은 스스로 오토튠을 입혔다고 놀렸고 역시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에 김구라는 그를 호인이라 불렀다.
자기 연기를 보며 웃고, 자기 연기에 대해 놀리는 걸 받아들이는 건 마치 미국 심야 토크쇼 같았다. 강민경은 콘서트에서 자신의 발연기 짤방을 틀어달라고 요청한다고 한다. 박동빈의 주스 뱉기 리액션 스스로 주스를 가지고 노는 레전드 영상이라 언급한다. 장수원은 처음 댓글을 보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을 때는 힘들었지만 무뎌졌고, 사람들이 즐겁다니까 괜찮다고 한다.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군단 속에 살아가던 연예인들이 스타병과 연예인병을 버리고 친근하고 다가가기 편한 존재 인간적인 면 드러내는 게 이제 전략적으로도 옳은 선택이다. 그 무엇도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잡아둘 수 없는 가파른 세상에서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건 함께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끈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모를 것 같은 아이돌 출신 장수원의 입에서 4대 보험 되는 등재 이사라든지, <1대 100> 상금은 사기당한 게 있어서 거기다 넣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아무 것도 아닌 말에 웃음이 터진다. 이런 놀림을 받고도 괜찮냐는 규현의 질문에 아이돌 그룹 해체하고 10년이 흐르면 느낄 수 있다고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연기 못한다는 지적을 넘어 놀림감이 된 상황. 당사자를 눈앞에 놓고 이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연예인들이 예전보다 훨씬 친숙한 존재로 다가왔다는 증거다. 연예인과 직업인의 경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유희가 가능해졌다.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우 지창욱은 요즘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그냥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산다고 했다. 알아보면 인사하면 되고 세상과 격리되어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직업이 배우일 뿐이라는 이른바 할리우드 마인드다. 연예인들의 열애설보다 장수원과 강민경의 수다가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오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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