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김수현은 진정 중국에 이용당한 걸까
2014-06-21 정덕현
‘장백산 표기’ 논란, 전지현·김수현도 억울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백두산인가. 장백산인가.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인기로 중국에서 다양한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전지현과 김수현의 발목을 잡은 ‘동북공정논란’의 질문이다. 이들이 광고를 찍은 헝다그룹의 헝다빙촨 생수병에 원산지 표기가 백두산의 중국명인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되어 있는 게 문제가 되었다.
일부에서 ‘창바이산’이라는 명칭 자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따라서 전지현과 김수현이 이에 이용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전지현과 김수현 측은 “원산지 표기까지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중국 측에 광고모델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수십억 원의 손해가 생길 것을 감수할 정도로 큰 사안이라 여기게 된 것.
전지현과 김수현 측은 이 광고의 여파가 이렇게 큰 논란으로 이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원산지 표기까지 확인하지 못한 것이 불찰’이라고 하지만 설혹 확인했다고 해도 중국에서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표기하는 것에 대해 ‘동북공정’까지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백두산은 지금 현재 중국과 북한으로 영토가 나뉘어 있다. 그러니 중국 쪽에서 자기 영토에 자기들이 부르는 식의 이름을 붙이는 걸 갖고 뭐라 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저들이 장백산이라고 부르면 우리는 백두산이라 부르면 된다. 이름이야 나라에 따라 다르게 부를 수 있다.
게다가 백두산과 장백산으로 달리 부르는 것이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조선시대의 기록에도 우리가 부르는 백두산에 대해 중국은 장백산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러니 이러한 표기문제만을 갖고 최근에 불거진 ‘동북공정’ 잣대를 세우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다만 중요한 건 표기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역사문제를 침범하거나 영토분쟁으로 이어지느냐 아니냐 하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동북공정이 심각한 건 고구려의 역사 자체를 자신들의 것처럼 포장하거나 이로써 생겨날 수 있는 영토분쟁일 것이다. 이미 구획된 국경으로 그 땅을 뭐라 부르는 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상호 이해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배타적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양국이 달리 사용해온 표기 문제를 들어 ‘동북공정’까지 운운하는 건 과하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자기네 땅에서 나오는 물의 원산지를 자기들이 부르는 이름이 아닌 타국의 이름으로 할까. 그냥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물론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는 우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해 나가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문화적 차원에서 교류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모든 걸 싸잡아 대결구도로 바라보는 건 현명하지 못한 자세다.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국가 간의 문제는 각각의 사안에 따라 접근해야지 국가 대 국가의 사안으로 모든 걸 판단하면 대결과 분쟁 이외에는 답이 없다.
전지현과 김수현 측은 이러한 논란에 당혹스러웠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해결방법이 계약해지밖에 없었을까. 광고를 내보내고(이 광고가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국가 홍보 광고도 아니지 않은가!) 그 수익을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에 대처하는 데 기부하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중국의 생수병 원산지 표기문제를 갖고 동북공정까지 끄집어내는 이런 시각은 오히려 그 지역을 우리 스스로 분쟁지역화 하는 것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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