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탄2’, ‘슈스케3’를 이기는 방법

2011-06-10     정덕현


-‘위탄’ 시즌2, ‘슈스케3’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방송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사전준비과정과 사후관리다. 사전준비과정을 통해 공정한 투표시스템이 고안되고, 무엇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참가자들을 확보하는 틀이 마련된다. 사실 이 사전기획이 잘 되면 실제 오디션 과정은 라이브에서 나올 수 있는 돌발변수들만 순발력 있게 대처해나가면 된다. 방송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카메라가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거기 참가한 인물들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담아내는가에 달려있다.

그 인물의 작은 면면들은 오디션 후반부에 이르면 촘촘한 스토리를 구성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전데이터를 갖지 못하면 오디션 후반부에 나타나는 결과들이 어떤 개연성 없는 생뚱맞은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게 실제상황이지만 거기 찍혀진 영상들은 선별되고 편집됨으로써 대중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이 스토리를 잘 엮어야 한다. 사전준비과정은 이 모든 걸 준비시키는 단계이기 때문에 사실상 본 오디션 무대의 대부분이 여기서 만들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슈퍼스타K'의 준비과정은 거의 일 년에 가깝다. '슈퍼스타K'의 김용범 PD는 작년 10월 '슈퍼스타K2'가 끝나고 거의 휴식기간 없이 바로 '슈퍼스타K3'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올 8월부터 '슈퍼스타K3'가 시작되는데, 거의 9개월에 가까운 준비기간을 가진 셈이다. 이 준비기간에는 지난 시즌에서 부족했던 점들이나, 지적됐던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슈퍼스타K3'는 밴드들이 좀 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중요한 것은 '슈퍼스타K'의 제작진들만이 아니다. 이 기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가수들이 가요계에 정착할 시간을 기다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즉 이것은 프로그램의 사후관리에 대한 얘기다. 허각이나 존박, 장재인이나 강승윤 같은 '슈퍼스타K2'가 배출한 가수들은 엠넷이라는 둥지가 있기 때문에 아무 기획사에나 들어가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들의 기획사 정착이 더뎌진 것에 대해서 김용범 PD는 "아무 기획사에나 들어가서 개성을 잃어버리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기획사를 찾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방영 후 다음 시즌까지의 거의 10개월에 가까운 시간은 온전히 '슈퍼스타K2'가 배출한 스타들에게 할애되는 셈이다.

이런 점을 두고 볼 때, '위대한 탄생'이 가진 시스템적인 허점들이 드러난다. 일단 '위대한 탄생'은 그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 따라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시작되면서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 멘토제는 훌륭한 것이지만, 그 멘토와 심사위원을 함께 둔 것은 공정한 심사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멘토제가 심사위원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부정적으로 '제 새끼 챙기기'라는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위대한 탄생'이 시즌2를 준비하면서 '슈퍼스타K'로부터 배워야할 점은 사후관리에 대한 고려다. 시즌1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시즌2가 시작된다는 것은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시즌1에서 배출된 가수들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이들이 어떤 가수로서의 입지를 만들기도 전에 이슈는 이제 시즌2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가진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와 차별화하면서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쉽진 않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먼저 단점을 장점 혹은 차별점으로 바꾸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위대한 탄생'은 멘토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슈퍼스타K'와는 다르다. '슈퍼스타K'는 전적으로 후보자들이 자력으로 경쟁해서 마지막까지 가야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과정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의 완결점은 아니다. '슈퍼스타K'는 그래서 말 그대로 원석을 뽑는 오디션이다. 그래서 '슈퍼스타K'는 그 원석이 제대로 된 기획사를 만나 손상 없이 개성이 드러나는 활동을 할 수 있기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당연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멘토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원석을 뽑는 오디션이 아니다. 원석은 오디션 과정을 통해서 이미 여러 차례 가공되고 프로듀싱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위대한 탄생'은 멘토제의 의미를 그저 '감동 포인트'를 잡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원석이 가공되어 하나의 훌륭한 가수가 탄생하는 과정 자체를 리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말 몇 마디로 멘토링을 하는 게 아니라(물론 실제 '위대한 탄생' 시즌1의 멘토링이 말로만 이뤄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것이 방송에 드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조금 시간을 많이 할애하더라도 실제 과정들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보면 '위대한 탄생'은 무대도 중요하지만 무대 바깥에서 이뤄지는 멘토링의 실제 과정이 더 중요한 오디션이 될 수 있다. 만일 이게 성공할 수 있다면 '위대한 탄생'은 원석을 발견하는 '슈퍼스타K'와는 확연히 다른 진짜 스타탄생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을 굳이 비교하는 것은 어느 것이 더 낫고 그렇기 때문에 못한 것이 나은 것을 본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각자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양성의 즐거움을 주기를 바라는 의미다. 모쪼록 금요일 밤이 비슷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재미없는 오디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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