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김상경, 오버연기의 달인으로 손색없다

2015-02-07     정덕현


‘가족끼리’ 김상경, 엘리트 껍질 벗겨낸 과장연기

[엔터미디어=정덕현] 동그랗게 치켜 뜬 눈. 한껏 넓어진 코 평수. 때론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도 하고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듯이 얻어맞거나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기 집 목욕탕에서 하듯 사돈댁에서 문을 열어 놓고 전라로 목욕을 하다 벌컥 열린 문에 망신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 모습은 과연 지금까지 우리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생활의 발견>의 경수나 <살인의 추억>의 태윤, <화려한 휴가>의 민우가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KBS <가족끼리 왜 이래>의 배우 김상경의 한껏 피어난 ‘과장 연기’다.

물론 처음 그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뭐 저렇게까지 망가지면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과장을 해도 너무 과장한다는 느낌에 거북스럽기까지 했으며, 심지어 미스 캐스팅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그런 의구심은 그간 그의 연기가 지나치게 진지했던 탓에 생겨난 일종의 낯설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고, 김상경에게도 이런 또 다른 연기가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그간 그가 해온 연기들은 연기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자주 출연해온 홍상수 감독 작품이 이끌어내는 실제 같은 연기에서 비롯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주말 가족드라마의 문태주라는 인물은 이런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때로는 너무 오버한다는 느낌마저 주는 그런 캐릭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문태주라는 과장 캐릭터가 왜 반드시 필요 했는가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메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 차순봉(유동근)의 이야기가 너무 무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가 만들어내는 그 무거움은 자칫 드라마의 분위기를 가라앉힐 가능성이 높았다. 주말 시간대의 가족드라마는 무거움보다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훨씬 대중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균형점을 맞추는 데 있어서 문태주라는 과장 캐릭터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문태주와 차강심(김현주)의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는 그래서 이 시한부 아버지의 이야기와 나란히 움직이며 드라마의 기조를 이끌어가는 힘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문태주는 GK그룹의 후계자이고 차강심은 그 그룹 회장의 비서다. 이 관계 자칫 잘못하면 부적절한 관계처럼 보이기 일쑤다. 그러니 그룹 후계자라는 존재이면서도 차강심 앞에서는 어딘지 덜 떨어진 듯 순수해 보이는 문태주가 그 관계를 보다 명랑하게 만들 수 있었다.

사실 연기변신은 연기자들의 숙제와 같은 것이지만, 그게 그리 호락호락한 건 아니다. 특히 어딘지 엘리트 룸펜의 분위기로 자주 캐릭터화 됐던 김상경으로서는 재벌2세도 그렇지만,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연애 숙맥 같은 연기 또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연기를 통해 김상경은 과장연기에도 어떤 급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그 연기가 궁금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그런 연기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

<가족끼리 왜 이래>는 차순봉이라는 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침잠하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게 해준 건 문태주라는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밝은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경의 의도된 과장연기는 그래서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오래도록 구축되어 견고하게 굳어져 있던 껍질을 어렵게 벗겨낸 김상경의 이번 연기변신을 통해 앞으로의 또 다른 연기의 확장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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