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안판석·정성주 콤비의 아주 특별한 디테일
2015-02-24 정덕현
‘풍문으로 들었소’, 갑질 현실 풍자 이번에도 통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이 작품이 JTBC <밀회>를 낳은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새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밀회>는 젊은 청춘과 중년의 치정멜로라는 어찌 보면 평범한 타이틀을 걸었지만 실제로는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신랄하게 꼬집는 사회극의 성격까지 드러내면서 호평 받았다. 그러니 이 <풍문으로 들었소>가 이번에는 어떤 날선 시선을 드러낼지 궁금해지는 것.
일단 첫 회에서 드러난 것은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젊은 청춘 남녀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양가가 서로 얽히게 되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시시해질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네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 즉 그것은 재벌가 아들과 소시민 딸의 신데렐라 스토리거나 양가 사이에 결혼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드라마는 그런 소재주의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밀회> 역시 소재로만 따지만 불륜에 치정 드라마가 아닌가. 중요한 건 그 소재를 얼마나 다른 시각으로 치열하게 다루는가 하는 점일 게다. 그 점에서 들여다보면 <풍문으로 들었소>는 첫 회에 이미 많은 새로운 포인트들을 깔아놓았다.
법무법인 대표인 한정호(유준상)와 그의 부인 최연희(유호정)는 서울대에 합격한 아들 한인상(이준)이 ‘남다른 가정교육’을 받아 다른 상류층 자제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이 아들은 혼전임신 한 여자 친구 서봄(고아성)을 데리고 들어와 집안에 한바탕 파란을 일으킬 인물이다. 법조계의 내력을 가진 집안인지라 합리성을 강조하지만 최연희는 아들 잘되라고 부적을 붙이는 양면성을 보인다.
한편 서봄의 아버지 서형식(장현성)은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제법 성깔이 있어 보이지만 딸 봄이 앞에서는 그런 성질도 눈 녹듯 사라지는 부성애를 갖고 있다. 봄의 엄마인 김진애(윤복인)는 임신해서 돌아온 딸에 대해서 타인에게 소설처럼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하는 인물이다. 상류층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거짓말도 잘 하는 인물.
이렇게 좀 더 치밀한 양가의 너무나 다른 상황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드라마가 자식들이 벌인 문제로 보여줄 양가의 갈등은 우리가 흔히 보던 혼사장애 이야기나 신데렐라 이야기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단순히 결혼에 집착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연히 상류층과 부유층에 대한 판타지를 그리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가 끄집어내려는 것은 상류층의 허위의식이다. 상류층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를 풍자로 깨뜨리려는 것.
<풍문으로 들었소>는 일련의 안판석-정성주 콤비가 해왔던 것처럼 드라마는 소재나 설정이 아니라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임신한 서봄을 데리고 집안에 인사시키겠다고 나선 한인상이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며 택시를 세운 후 한강으로 뛰어들려 하는 장면은 이 한인상이라는 인물의 순수함과 소심함이 디테일하게 담겨져 웃음을 준다. 반듯함을 강조하는 한정호가 머리털이 빠져 고민이라며 아내가 발라주는 아로마오일에 즐거워하는 모습도 이 드라마의 기조를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 방식으로서 풍자를 선택하고 있다. 즉 장면의 디테일들을 들여다보면 웃음이 먼저 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신랄한 비판의식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갑질’하는 현실에 대해 민감한 요즘, 이 드라마가 긁어줄 속 시원한 풍자는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과연 이 드라마는 그 흔한 혼사장애 이야기를 갖고 또 어떤 놀라운 상류층에 대한 해부를 보여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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