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임재범을 더 자주 보고 싶다

2011-07-09     최명희


-‘MBC스페셜’, 다시 확인된 임재범의 진가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호랑이’의 컴백이 무척이나 반갑다. 지난 5월 29일 방송된 MBC TV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경연장에서 “호랑이를 잊지 말아 달라”고 떠난 지 40일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임재범 얘기다. 임재범은 지난 8일 한국의 전설적인 로커들의 이야기를 다룬 ‘MBC스페셜-나는 록의 전설이다’ 편에 출연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로커로서의 가수 인생, 어려웠던 가정사 등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돌아온 임재범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이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MBC스페셜'은 전국 기준으로 11.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보다 3.7%포인트 대폭 상승한 수치. ‘태희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김태희가 출연해 재벌 2세와의 결혼설 등을 밝혔던 지난 4월 1일 방송분 시청률이 9.3%였던 점과 비교하면 연예인이 출연했다고 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록의 전설이다’ 편에서는 임재범 외에도 김태원, 김도균, 신대철 등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를 비롯해 김종서, 신해철 등 로커들의 이야기가 재미과 감동을 적절히 어우르며 펼쳐졌다. 최근 거세진 복고의 바람과 높아진 로커들의 대한 관심도 시청률을 견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역시 ‘나가수’ 출연 이후 대세로 자리잡은 임재범의 출연이 시청률 폭등의 주요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임재범을 더 자주 만나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산출물이다. 이날 방송에서 임재범은 시나위 신대철과의 운명적인 만남, 김도균과의 영국진출 이야기, 솔로활동 시기의 방황, 가난으로 인해 가족에게 안긴 고통 등 로커로서 그의 인생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로커들을 나열 형식으로 편집한 것에 대한 불만 등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사실 임재범은 지난 40일 동안, 영국에 다녀온 시간을 제외하고는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예당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25일 서울을 시작으로 '임재범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중이다. 다수의 CF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서 애국가도 불렀다. 콘서트에서의 나치 퍼포먼스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전히 ‘나가수’ 복귀 요청도 적지 않다. 떠난 지 4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가수’하면 임재범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음악을 몇십 년해도 잘 모르다가 예능 몇 번 나가니까 유명해지고 알아보더라”는 김태원의 고백 처럼 TV 밖에서의 활동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콘서트 관람 등을 통해 임재범을 만나고 싶은 욕구를 소비했겠지만 그 숫자는 아주 일부일 뿐이다. 임재범 팬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40일이 4년 같이 느껴지며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임재범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을까? 대답은 긍정적이다. 임재범이 이날 방송을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임재범은 이날 런던 올림픽 2차예선 요르단전에서 애국가를 부른 이유를 공개했다. 물론 호랑이를 엠블렘으로 사용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지만 임재범에게는 여전히 대중들 앞에 나선다는 선택이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임재범은 “로커의 자존심을 끝까지 고수하고 싶었다”며 “어떤 행사든 나가면 내 자존심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종 처럼 살고 싶었다"라고도 했다. 그런 그가 고심 끝에 축구장 무대에 올랐다. 암 투병 중인 아내, 어렵게 자란 딸아이 등을 생각할 때 “도저히 못 참겠더라”라는 말에서 그의 슬픔과 고뇌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했다. 그리고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요예술무대에 오른 사연도 전했다.

이날 임재범은 “희생이 사랑의 기본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10년간 자존심을 지키느라 가족들에게 준 상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왕성한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너무나 다행히도 아내의 건강이 뚜렷하게 호전되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임재범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활동이 로커로서의 자존심을 접는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과감하게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시대가 변하듯 방법론도 바뀌고 있다. 어렵게 부활한 록의 전설을 다시 잃고 싶지는 않다. “예능을 하는 나도 나고, 음악을 하는 나도 나”라는 동료 로커 김태원의 말에 묻어 있는 자존감을 공유하길 원한다. “록의 부활을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임재범의 진심을 믿기 때문이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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