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 10관왕 몰아준 대종상 주최측은 뿌듯할까
2015-11-21 정덕현
대종상 10관왕, ‘국제시장’이 과연 이 정도였나
[엔터미디어=정덕현] 파행으로 점철된 시상식이었다. 시작 전부터 ‘대리수상 불가’ 방침으로 시끌시끌했고, 시상자로 세워두고는 번복하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급기야는 주조연 후보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종상이 아니라 ‘대충상’, ‘대리종상’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런 사태를 빚고도 반성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우들이 후진적이라며 질타를 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파행은 시상식만이 아니다. 이번 52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녹음상, 첨단기술특별상, 촬영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등 무려 10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과연 <국제시장>이 이 정도의 영화였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대종상의 흔한 관행이 되어버린 ‘몰아주기’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국제시장>은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다. 하지만 흥행 성적이 영화의 완성도나 가치를 모두 말해주는 건 아니다. 게다가 <국제시장>은 상영당시 나이든 세대들의 지지를 얻어낸 것과는 상반되게 젊은 세대들의 반감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일어난 논쟁은 세대 간의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부모 세대에 대한 헌사라는 명확한 기획의도가 있었지만 그것을 위해 영화는 한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면서 주변인들을 소외시키는 무리한 연출도 들어 있었다. 이를테면 베트남 전쟁을 다루는 부분에서 그들을 돕는 덕수와 그들에게 총을 쏘는 베트콩을 대비해 보여준 것 같은 것이다. 그것이 역시 감독의 선택일 것이지만 그만큼 영화의 공감대가 보편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 성적을 기반으로 몇 개 정도의 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개의 상을 몰아준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중들이 공감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물론 시상은 주최 측의 고유 권한이지만 거기에 대해 이런 의혹과 비판이 나오게 되는 건 지금껏 이 시상식이 그 시상에 있어 꽤 많은 잡음들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제 4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광해>는 총 22개 부문에 15개의 상을 휩쓴 바 있다. 남우조연상과 주연상, 감독상과 최우수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비롯한 편집상 조명상 의상상 음악상 등의 기술 부문도 모두 챙겼던 것. 결국 이러한 몰아주기 시상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대종상이 너무 보수적인 색채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도 자주 오르는 비판 중 하나다. 과거 1996년에 벌어졌던 이른바 <애니깽>사태는 이제 대종상을 상징하는 사건이 되어 있다. 개봉조차 하지 않은 <애니깽>이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것. 당시 경쟁작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꽃잎>, <테러리스트>, <은행나무 침대> 등이었다는 건 너무 정치적인 시상이 아니냐는 비난을 가져왔다.
올해 벌어진 <국제시장> 10관왕이라는 무리수는 이번 시상식 파행과 덧붙여져 대종상이라는 상 자체의 존립자체를 의심케 만들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상인가. 대중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소통하지 않으려 하며 여전히 시상이라는 완장을 차고 권력을 휘두르는 듯한 모습에 정작 세금을 낸 국민들은 소외되는 인상이다. 과연 이런 상을 왜 계속 유지해야 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영화 <국제시장>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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