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앤크’, TV서 전하지 못한 생생한 뒷이야기

2011-08-16     최정은


[엔터미디어=최정은의 현장 속으로] 시작부터 ‘피겨 여왕 김연아’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일요일이 좋다>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이하 <키앤크>)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연아 덕분에 보는 눈은 높아졌으나 직접 시도해 보기는 망설여졌던,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3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선 <키앤크> GRAND PRIX FINAL 그 마지막 현장을 찾아 긴장과 설렘의 순간을 함께 해 보았다.

◆ QUEEN YUNA

단아한 원피스 차림에 피겨 스케이트를 신은 김연아 선수가 아이스링크에 등장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QUEEN YUNA다! 다소 장난스런 미소를 띤 채 빙판 위를 오가다 MC 신동엽과 오프닝 멘트를 맞춰 보는데 어찌나 편안한 모습인지 신동엽이 살짝 휘청거리지만 않았다면 빙판 위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뻔 했다. 오프닝 후 스케이트를 벗은 김연아가 심사위원 석으로 이동한다. 왠지 조심스러워 보인다고 느껴지는데, 눈에 들어 온 건 하이힐! 김연아는 빙판 위의 스케이트가 더 익숙한가 보다.

◆ MC 신동엽

역시 신동엽이다. 관중을 아우르는 재치와 순발력은 MC 최강인 듯 하다. NG 상황임에도 ‘다시 가겠습니다.’가 아닌 ‘자, 이제 평을 들어 볼까요?’처럼 편집 점을 귀신처럼 짚어 낸다. 적재적소 던지는 애드리브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한편 예리하게 넓은 제작 현장 곳곳을 살피며 조정하는 눈길, 신동엽의 내공이다.

◆ 괜찮아, 잘했어!

시작이 가까워오자, <키앤크>를 거쳐 간 여러 스타들도 그 마지막을 응원하기 위해 속속 입장했다. 같은 소속사 손담비를 응원하러 온 애프터 스쿨과 함께 앉아 있을 때는 눈길 한번 안 보내던 서지석이 파트너 유선혜 선수가 오자 뭐가 그리 반가운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든다. 고락을 함께 해온 동지애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자리를 지킨 진지희, 도전자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모습이 여간 당차 보이는 게 아니다. 비록 중간에 탈락은 했지만 피겨에 대한 열망이 남아서일까? 아이유 언니와 함께 집중, 눈빛으로 얼음도 녹이겠다!

그런가하면 오늘도 변함없이 이규혁 선수를 응원하러 링크를 찾은 스피드 스케이팅 제갈성렬 감독. 역시 백전노장답게 응원에서도 관록을 여지없이 과시했다. 김병만의 실수에 모두가 당황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제일 먼저 큰 소리로 ‘괜찮아, 잘했어!’를 외쳐가며 더 큰 응원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 혹시 예전에 빙상인?

경연에는 수십 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기둥 위, 코너 마다마다 자리 잡은 카메라에 현장 음을 잡기 위한 마이크 또한 장미 평가단 안쪽 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경연을 마친 선수들을 근접 촬영하던 ‘스케이트 신은 카메라맨’이었다. 무거운 카메라가 빙판에 떨어지면 큰일일 텐데, 한 치의 떨림도 없이 선수들 주위를 빙빙 돌며 촬영을 하는 카메라맨의 발놀림이 마치 아이스하키 선수처럼 자연스러워 보였으니 말이다.

◆ <키앤크>의 예능인

경연 전, 선수들이 링크에 올라 빙질을 체크하는 시간이 잠시 있었다. 파이널이기에 웃고는 있어도 긴장어린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는데 김병만이 갑자기 슉! 소리를 내며 마치 선수처럼 멈춰 서 보인다. 그러더니 두 발로 점프를 하는가하면 백크로스 동작도 펼치며 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렇다. 김병만에게 예능은 본능인 것이다. <키앤크>에는 또 한명의 예능인이 있다. 바로 이규혁 선수. 피겨 스케이트에 익숙하지 않을 뿐, 빙판에서는 최고인 그가 아니겠나. 경연 후 그가 날집을 가지러 스피드 스케이팅의 스타팅 주법으로 빙판을 가로지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렇다면 한 번 더? 그의 재치 있는 팬 서비스를 보고 있자니 스포츠 선수에서 예능인으로 전업한 강호동처럼 새로운 스포츠선수 출신 예능인이 탄생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 <키앤크>의 미소천사

짝을 지어 하는 페어 스케이팅(pair skating)은 파트너십이 중요한 경기다. 따라서 FINAL에 올라온 팀들 모두는 끈끈한 파트너십을 자랑했는데 김병만의 파트너 이수경 선수는 특히 주목할 했다. 처음 TV에 등장했을 때부터 항상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높이기에 실제 링크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본 그녀는 링크 안과 밖, 카메라가 꺼져있을 때도 긍정적인 마음과 친절한 미소가 몸에 밴 사람인 듯 했다. 게다가 파트너의 실수로 빙판에 떨어졌을 때도 의연하게 일어나 프로그램을 마치더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에 만감이 교차했을 김병만을 오히려 다독인다. 이렇게 기분 좋은 사람이 있구나 싶다. <키앤크>가 쓰고 있는 이야기는 ‘피겨 스케이트’ 지만 이수경 선수 같은 ‘사람’이 있기에 프로그램이 더 빛났던 것 같다.





◆ 대박이에요!

마지막 경연인 만큼 이 날은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심사위원 석에 앉았다. 고성희, 김연아. 김장훈을 비롯하여 데이비드 윌슨이 3개월 만에 다시 <키앤크>를 찾았고 ‘기술’을 중시하는 방상아 위원 대신 ‘눈빛’을 중시하는 연기자 박해미가 다시 등장했다. 3개월 만에 기적에 가깝게 일취월장한 선수들을 보며 데이비드 윌슨은 경연 내내 통역에게 질문을 쏟아 냈다. 특히 그는 신동엽의 현란한 애드리브를 궁금해 했는데 한국말을 알아들었다면 더 재미있는 쇼를 즐길 수 있었겠다며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 장미 평가단의 점수는 정확하게 집계 된다

장미를 던지던 기존의 평가 방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모든 경연을 마친 후 최고의 경연이었다고 생각되는 팀의 장미를 같은 색 투표 박스 속에 넣어 평가했는데 정확하고 공정한 집계를 위해 여러 명의 작가들이 장미평가단의 번호표를 두 번 세 번 재차 확인하는 꼼꼼한 절차가 뒤따랐다. 장미 숫자 하나 둘 차이로도 순위가 갈리는 치열한 경쟁이다 보니 제작진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나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투표했을까? 투표함에 들어가지 못한 장미를 모아둔 상자를 슬쩍 들여다보니 크리스탈-이동훈 팀과 김병만-이수경 커플의 장미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장미는 투표함 속으로 거의 다 들어갔나 보다. 그렇다면 이미 심사위원 점수로 1위를 달리던 크리스탈-이동훈 팀이 우승을 할 수도 있겠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을 보니 이들이 최종 우승이다. 최종 우승을 한 팀은 ‘김연아 아이스쇼-올댓스케이트 서머 2011’에 서게 된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기량을 다듬을 일이 남았고 시청자들은 <키앤크 시즌2>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준 모든 분들께 두 손 모아 큰 박수를 보낸다. 수고하셨습니다!






최정은 기자 rachoi@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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