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남자6호는 왜 욱했을까

2011-09-08     정덕현


- '짝' 남자6호에 대한 불편한 왜곡, 진심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짝' 12기 애정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남자6호는 애정촌에 들어온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출중한 외모에 잘 관리된 몸, 남자답게 시원시원한 성격에다 여자6호에 대한 순정까지. 완벽해 보였다. 그런 남자6호에 대한 여자6호의 마음도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6호가 제작진과의 마찰로 욱하는 모습을 보였고,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보였던 걸까.

애정촌 전체가 술렁이게 된 큰 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결국 여자6호는 최종선택에서 남자6호를 선택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여자6호는 그녀가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자6호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는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건의 전말에 대해 방송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남자6호가 그처럼 욱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애정촌을 떠나려던 그는 어떻게 해서 다시 돌아와 촬영을 계속하게 되었는지 방송은 아무런 전말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제작진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것은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남자6호는 이 앞뒤 설명 없이 보여진 장면만으로 '욱하는 남자'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욱하는 성격이라고 해도 방송에서 그런 행동을 보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막연히 '제작진과의 마찰'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혹 촬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 이유를 밝혀주어야 한다. 만일 제작진 판단에 이유를 드러낼 수 없다면 '욱하는 남자'로 남자6호를 만들어버린 문제의 장면들 역시 방영되지 말았어야 합당하다. 이것은 편집권을 갖고 있는 제작진의 힘없는 일반인들에 대한 횡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전말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게시판에 남자6호가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을 보면 방송에 드러난 장면과 실제상황과의 괴리가 드러난다. 카메라감독이 첫날부터 반말을 해서 어느 정도 감정이 쌓여있던 차에, 남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며 여자3호와 여자5호에게 텐트에서 자면서 반성하라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 이를 보고 너무한단 싶어 남자7호가 여성들을 텐트에서 나오라고 했는데, 그 순간 카메라 감독이 '야, 여자들 들어가. (손)안 놔?'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이에 남자6호가 순간 욱하게 됐다는 것. 또 글 내용 중에는 남자6호는 여자6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제작진의 강권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어있다.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실제상황과 방송이 엄청난 차이를 드러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짝'은 소위 말하는 날 것의 '리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아니 최소한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짝'은 거기 출연한 남녀들의 속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중간 과정으로서 카메라가 어떤 의도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왜곡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왜곡은 대본 같은 의도적인 설정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편집만으로도 왜곡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왜곡은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방송된 내용은 앞뒤 맥락 없이 결과만 툭툭 나왔던 셈이다. 그리고 모든 이유는 남자6호의 '욱하는 성격'으로 처리되었다. 과연 그는 진짜 욱하는 성격의 소유자였을까. '짝'은 사실 수많은 자극적인 상황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리얼리티쇼 형식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이것이 용인되는 것은 그 속의 인물들이 어떤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편집에 의해 진심이 가려지고 심지어 왜곡되기도 하는 애매한 상황들을 왜 '짝'은 굳이 연출해내는 것일까. '짝'의 진심이 궁금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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