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멤버들이 ‘라스’에 간 속사정

2011-11-03     정덕현


- 자사 토크쇼 나들이 간 ‘무도’와 ‘1박’, 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역시 '무한도전'이다.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 프로그램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 박명수와 김구라는 시작부터 토크 대결(?)을 벌임으로써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부여했고, 하하와 정형돈은 특유의 캐릭터를 통해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들어냈다. 물론 유재석과 정준하, 노홍철 그리고 길이 빠져있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함께 출연하지 못한 다른 멤버들의 공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충분히 '무한도전'만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박명수와 김구라를 대표선수처럼 세운 토크 배틀(?)은 시종일관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냄으로써 프로그램에 속도감을 부여했다. 사실 '무릎팍도사'가 빠지고 '라디오스타'가 온전히 '황금어장'을 맡게 됐을 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것은 '속도감'이었다. 짧게는 몇 분에서 길어봐야 20분을 넘지 않는 분량을 소화해왔던 '라디오스타'의 최대 강점은 짧은 만큼 압축시킴으로써 토크의 속도감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라디오스타'의 토크가 현란하게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1시간 넘게 분량을 확보(?)하게 되자 '라디오스타'는 어딘지 느슨한 느낌을 주었다. 카라는 게스트로서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었지만 '라디오스타'의 갑자기 늘려진 시간 속에서 어딘지 산만한 인상을 주었다면, 노래방 콘셉트로 전후반을 나눈 김건모, 성시경, 김조한, 서인영이 출연한 감성 보컬리스트 특집은 상당히 안정되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이 안정된 형식에 동력을 부여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쌍방의 대결구도가 이뤄지자 토크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태로 호흡을 늘릴 수 있었다.

MBC의 대표예능 '무한도전'이 '라디오스타'에 동력을 부여했다면, KBS의 대표예능 '1박2일'은 '승승장구'에 출연해 두 프로그램의 기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엄태웅을 게스트로 그리고 은지원과 김종민이 몰래온 손님으로 가세하면서 '승승장구'는 '1박2일' 토크쇼로 이어졌다. 이수근은 엄태웅을 섭외하는데 자신이 공을 들였다면서, 경쟁 프로그램인 '강심장'에 이승기가 있는데 '승승장구'에 '1박2일' 멤버들이 출연한 것에 대해 스스로 공치사를 했다. 그만큼 '강심장'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승승장구'는 '1박2일' 멤버들을 출연시킴으로써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그 첫째는 '강심장'과의 대결구도에서 '승승장구'만이 가지는 '몰래온 손님'의 콘셉트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와해 직전까지 갔다가 최근 다시 살아난 '1박2일'의 분위기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다. '1박2일'의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시한부 판정에 대해서 이미 여론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으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승승장구'에 출연한 '1박2일' 멤버들은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예능감과 팀워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선언의 후폭풍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근 토크쇼는 분명 어떤 정체상태에 들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나온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지금 현재 토크쇼들은 '놀러와', '힐링캠프', '안녕하세요'가 월요일에, 화요일에는 '강심장'과 '승승장구'가 수요일에는 '황금어장'이, 목요일에는 '해피투게더'와 '자기야'가 방영될 정도로 포화상태다. 게다가 '힐링캠프'나 '안녕하세요'를 빼고는 거의 장기화되면서 어떤 패턴이 읽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이라는 한정된 게스트 자원이 여기저기 토크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현재의 토크쇼들은 저마다 새로운 동력과 변신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이 각각 '라디오스타'와 '승승장구'에 출연한 것은 그래서 우연이라고 보기에 절묘한 구석이 있다. 지금의 토크쇼들이 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처한 힘겨운 상황을 잘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방송사의 대표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이들 토크쇼에 출연해 가져온 활기는 분명 고무적이다. 바야흐로 토크쇼들에 변화의 계절은 왔다. 이 계절을 잘 넘긴다면 분명 열매는 있을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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