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탄2’, 될 사람은 정해져 있나

2011-11-19     정덕현


- '위탄2'의 주인공은 멘토일까 멘티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는 멘토제를 통해 차별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멘토들이 멘티들을 뽑는 과정은 이 오디션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멘토제라는 시스템은 때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 형식과는 부딪치는 면이 생긴다.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는 멘토가 심사위원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발생했다. 그것이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대중들의 의구심 때문이었다.

시즌2를 하고 있지만 '위탄2'는 역시 멘토제라는 시스템 때문에 공정성에서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50kg과 장은정이 '둘이 합쳐 100kg'이라는 팀을 꾸려 '스윙 베이비'를 불렀을 때 멘토들(심사위원들)은 모두 호평했다. 박정현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고 했고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노래를 포기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멘토들은 끝내 이들 모두를 멘티로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다성과 서준교는 '불편한 고백'이라는 팀을 꾸려 노을의 '청혼'을 불렀다. 그 고음과 중음이 잘 어우러진 하모니에 멘토들은 극찬했다. 한다성은 이승환 멘토에 의해 선택받았지만 고음이 매력적이었던 서준교는 아무 멘토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또 김민정과 김현승 띠동갑조인 치킨런 팀 역시 바이브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불러 심사위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둘 다 멘토들의 천거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왜 잘 부르고 실력도 좋았지만 탈락하게 됐을까. 멘토들이 선택하지 않은 변을 들어보면 대충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50kg와 장은정에게 멘토들은 "자기만의 앨범이나 노래를 부르기는 충분하다"며 당락과 상관없이 "음악을 계속 하면 길은 열려 있다"고 했다. 서준교와 김민정은 '이미 완성된 느낌'이거나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기엔 이미 본인이 가진 음악세계가 뚜렷'해서 멘토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실력은 뛰어나도 멘토링할 것이 별로 없거나, 멘토링을 해도 그다지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즉 멘토가 멘티를 결정하는 이 시간은 어찌 보면 공정성이라는 잣대와는 거리가 멀다. 실력과 그 순간의 무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멘토들 입장에서 자신의 음악적 성향이나 취향, 혹은 멘티들의 발전가능성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 중간 삽입된 인터뷰를 통해서 이미 멘토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마음 속에 멘티들을 정해놓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예림에 대한 이승환의 구애(?), 애슐리를 멘티로 삼은 박정현, 구자명이 3명의 멘토들로부터 선택한 이선희. 이런 흐름은 사실상 이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는 멘토-멘티로서 엮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이른바 이토록 따뜻함을 표방하는 멘토제를 하면서 그 멘티들을 점수를 매겨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건 말 그대로 관계이고 인연이다. '위대한 탄생'은 어쩌면 그 최종 우승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멘토링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탄생 과정처럼 보인다. 그러니 무대에서의 실수 때문에 탈락했던 이도 결국 어김없이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구제되는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심하게 실수를 했던 이가 호평을 받고 합격하고 전혀 실수를 하지 않은 이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멘토제는 그만큼 당장의 실력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게 만들고, 멘토와 멘티의 관계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서 멘토제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사실 멘토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들어간 것은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원석에 불과한' 가수지망생들을 키워낸다는 매력 때문이다. 현실이라면 현재의 모습에 가차 없이 탈락될 것이지만 미래의 가치를 본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충분한 판타지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멘토제가 아무리 관계를 중시한다 해도 무대에서의 공정성이 사라지고 이미 멘토들에 의해 정해진 멘티들이 뽑히는 것은 이런 판타지를 깨버린다. 이것은 어쩌면 '결국 뽑힐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식의 허탈감만을 줄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이미 마음을 굳혔을 바에는 뭐 하러 오디션을 하느냐고 말한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제 아무리 잘 해도 '멘토링'이라는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 예를 들면 서준교나 김민정처럼 가르칠 게 별로 없는 사람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50kg처럼 유쾌한 그들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은 멘토들의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렇게 보면 '위탄2'는 출연자들을 위한 오디션이라기보다는 멘토들을 위한 오디션처럼 보인다. '위탄2'는 멘토들이 얼마나 멘티들을 성장시키고 바꿔놓는가 하는 그 감동적인 장면에 더 천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멘토링 과정이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공정성을 위한 시스템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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