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가림 심한 김병만, ‘정글’에서 무엇을 얻었나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생존 버라이어티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시즌1이 끝났다. ‘미공개 X파일’을 담은 이야기가 한 편 더 남아있지만 시즌1의 정글체험은 마감됐다. 김병만이 중심이 돼 집 다 짓고 적응하려고 하는 시점에 현장을 떠나버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은 시청률, 이슈(화제성), 호감 모두 잡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기획해 MC를 섭외한 게 아니라 김병만이라는 사람에 맞춰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맞춤식 예능물 제작 방식은 하나둘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김병만은 KBS 개그콘서트 ‘달인’과 SBS ‘키스 앤 크라이’를 할때까지는 ‘악플’ 없는 몇 안되는 연예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달인’을 끝내고 종편으로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에게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열정과 야생과 솔선수범을 보여주며 진정성을 부각시켰다. 자연히 그에 관한 부정적인 느낌은 희석됐다. 신동화 PD에 따르면 김병만은 늘 찾고 깎고 다듬고 만들고 챙긴다고 한다. 그는 “출연자가 쉬어야 카메라감독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땀이라도 닦고 목이라도 축일텐데 김병만은 카메라가 돌든 안돌든 묵묵하게 일만 하니 일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그냥 계속 촬영해야 한다”면서 “좀 쉬다 하자고 간곡하게 압박을 해도 ‘쉬세요. 전 이게 쉬는 거예요’ 라면서 또 나무를 하거나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다”고 전했다.

김병만은 이런 열정으로 혼자가 아니라 동생들을 책임지려는 큰 형, 리더의 자세를 보였다. 완전히 가족 느낌이 났다. ‘남극의 눈물’에서 새끼를 기르는 아빠 황제펭귄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병만이와 함께 정글 가면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믿음직했다. 먹을 것 확보하고 집을 지어주는 것이야 말로 정글에서 생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김병만이 다소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도 이해해주려는 마음이 생겨났다.

김병만은 본인이 말을 잘 못한다고 한다. 낯가림이 심하다. 이 점은 스스로 컴플렉스라고 밝힌다. ‘절친’ 이수근에게 ”버라이어티, 너만 하는 것 아니다. 말 못하는 나도 한다”고 말한다. 신동화 PD는 “정글의 법칙에는 정복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함께 이겨내고 적응하려는 정(情)이 흐른다. 이 정(情)의 법칙을 통해 낯선 부족을 만나 낯가림부터 하는 김병만의 선천적인 수줍음마저 프로그램을 특징짓는 하이콘셉트로 탈바꿈한다”고 말한다.
 
류담은 ‘정글의 법칙’ 출연으로 많은 걸 얻었다. ‘달인’에서 김병만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라 존재감과 내면을 보기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의 성격과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속내가 푸근한 몸매처럼 사람들과 친숙하게 어울리는, 공격성 없는 초식남으로서의 매력이 묻어있었다. 앞에 나와 설치지 않으면서 팀(가족)의 구심력을 공고히 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힘바 부족 여자들에게 아이돌을 제치고 인기 1위에 오른 그의 선한 웃음과 좋은 매너는 국제적으로도 통한다는 게 입증됐다. 신혼 생활을 보내느라 파푸아행에는 빠졌지만 사람들은 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류담은 이번에 ‘류담바’라는 캐릭터도 얻었다.


 
리키김은 드라마의 조연, 출발드림팀2에서 운동 잘하고 체력이 강한 남자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하지만 김병만과 ‘투톱’을 이루며 힘든 일을 함께 하는 적극성과 책임감, 모험심을 보여주었다. 어린 딸이 보고싶어 우는 모습, 아내를 지극히 사람하는 모습, 막내인 광희에게도 잘 대하는 모습 등은 호감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리키 김은 초반 리더인 김병만과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김병만 형을 더 잘 따르며, 자신은 멋진 아빠가 되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막내인 황광희는 노래보다 예능을 더 중시하는 데서 오는 ‘비호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글의 법칙’에서도 큰 임무를 수행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미안해했다. 그래서 힘을 쓰는 일은 잘 못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 결과 뱀과 뿔닭 등 먹거리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공을 세웠다. 준비성이 철저한 광희는 물을 걸러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도 준비해왔다. 힘바족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에서 착하고 재미있고, 사교적이며 섬세한 면까지 발견됐다. 광희는 예능에서와는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나며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달인’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던 노우진은 이번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노우진은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우선 노우진은 좀 더 웃겨야 한다. 명색이 개그맨인데 “파리가 이만했으면 좋겠어요. 치는 맛이라도 있잖아요. 제 얼굴에 파리가 몇초만에 앉을까요, 광희 엉덩이에는 파리가 몇초만에 앉을까요?” 같은 코멘트만 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병만과 리키가 먹을 것을 구하러 급류를 건너는 동안 넋놓고 앉아있고, 비때문에 일찍 일어난 김병만이 젖은 나무로 불을 피우는 동안에도 여유를 부리는 것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자칫 극한상황에서 힘들고 위험한 일은 안하면서 말만 많이 하는 유형이 될 수 있다. 물론 노우진이 그와 같이 얄미운 사람은 결코 아닐 것이다. 편집의 마술에 의해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노우진도 이왕 모험을 떠났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태미는 어린 여성으로 힘들 수밖에 없을 텐데도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줘 좋은 인상을 남겼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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