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 회 한 회가 흥미진진했던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이 의문부호만을 가득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미궁 같은 최종회가 답답해서, 혹은 ‘시즌 2’가 과연 제작될지, 그게 궁금해서 주상욱을 만난 건 아니다. 관심이 갔던 건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한 지난해부터였다. 극중에서는 늘 당당하고 냉철하던 그가 모친 앞에서는 쩔쩔매는 모습이 마치 영화 <엄마는 해결사>의 실베스터 스탤론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들리는 소문이 남자 중의 남자라고 한다. 그러니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밖에.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토크쇼 출연 이후 섭외가 빗발쳤지 싶은데, 통 어머님 모습을 뵐 수가 없더군요. 대한민국 배우 중에 아들이 몇 위냐, 당연히 1등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시청자로서 왜 저렇게 어색한지 답답해하고 있다’라고 재치 있게 답하셨던 거, 잊을 수가 없어요. ‘여지훈 형사’를 보시고는 어떤 반응이셨나요. 이번엔 어색하다는 말씀, 하실 수 없으셨을 텐데요.

A: 사실 제가 어머님의 예능 진출을 원천봉쇄했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난 후 저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말들이 더 많았거든요.(웃음) 에 대해서는, 일단 칭찬은 이번에도 안 하셨고요. 오히려 짜증을 내셨어요. 드라마 방영시간이 왜 이렇게 늦느냐고요. 졸음이 쏟아지는 걸 참아가면서 보긴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Q: 하긴 엔딩조차 확실치 않았으니까요. 그러실 만도 합니다. 그런데 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을 경험해봤는데, ‘괴물을 잡기 위한 괴물’로 불린 ‘여지훈’이란 인물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는지요.

A: ‘여지훈’의 과거가 어땠을지 상상해봤어요. 현실세계에는 없는 몽환적인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100% 표현해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 외모만 해도 그렇죠. 덥수룩한 느낌이면 좋았을 텐데 머리가 빨리 자라는 게 아니어서, 시간 여유가 없다보니 현실적인 제약이 있더라고요. 바랐던 것보다 말쑥한 외모의 ‘여지훈’이었어도, 그래도 그 안에 담긴 복잡한 과거를 눈빛으로 표현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보여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아직 갈 길이 멀어요.

Q: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 MBC <에어시티>인가요? 29세쯤이었지 싶은데, 꽤 늦은 편이네요.

A: 99년 EBS 청소년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로 데뷔했어요. 그때가 22살,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었죠. 단역도 하고 조연도 하고 단막극도 해보고 이런 거 저런 거 많이 했었습니다. 근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군대 다녀오니 금세 스물여덟이 되어 있었어요. 제대하고 처음 찍은 드라마가 MBC <에어시티>입니다.



Q: 제가 주상욱 씨를 기억하는 건 MBC <깍두기>부터에요. 신인인가? 괜찮은데, 누구지? 하고 유심히 봤거든요.

A: 제일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첫 주연이었으니까요. 그 정도 역할까지 해서는 안 되는 단계였는데 덜컥 배역을 맡는 바람에 힘겨웠죠. 감독님께도, 함께 했던 연기자들께도 죄송했어요. 그런데 어쨌든 결과는 나쁘지 않아서 그 덕에 바로 MBC 일일연속극 <춘자네 경사났네>를 하게 됐거든요. 아무래도 일일극이다 보니 하는 동안 배운 게 많았습니다. 그렇게 연달아 실장님 역을 하는 통에 실장님 전문이 된 거죠 뭐.

Q: 혹시 정장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비슷한 배역이 들어오는 게 아닐까요? 평소 옷차림이 상상이 안 될 정도에요. 우리가 보는 건 늘 수트 차림이니까.

A: 청바지를 좋아합니다. 정장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입지 않아요. 정장 구두도 마찬가지고요. 캔버스 화나 워커를 즐겨 신는 편이에요.

Q: 단막극 작업도 해보셨죠?

A: KBS <드라마 시티>에 출연했었는데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마치 TV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죠. 스토리도 탄탄하고 새로운 기법의 연출이 시도되니까, 연기자로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에요.



Q: 그렇다면 이제 좀 연기 맛을 알겠다 싶어졌을 때가 언제인가요?

A: MBC <선덕여왕>이요. 그 이후로 연기가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늘 긴장이 됐어요. 바짝 얼어 있으니 좋은 연기가 나올 리가 없죠. <선덕여왕>이 끝날 무렵, 많이 편안해져있었어요.

Q: ‘월야’ 역,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러브라인은 없었지만 매력 있는 캐릭터였고 반응도 좋았는데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크게 부각되기가 어려웠죠?

A: ‘비담’이 등장한 후 온 대한민국이 들썩였어요. 그런데 ‘월야’도 첫 등장만큼은 멋졌거든요. 다음 날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중심 밖의 인물인지라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어요.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 뒤부터 연기가 편안해졌으니 저에겐 잊지 못할 작품입니다. 그 다음 제주도에서 SBS <파라다이스 목장>을 촬영했는데 연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걸 저 스스로도 느끼겠더라고요. SBS <자이언트>는 편안함을 넘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던 작품이고요. 그 당시 감독님께서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알아서 연기 해보라고 저에게 기회를 주셨어요. 제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어요.

Q: 아무래도 아버지 역할의 정보석 씨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A: 그럼요, 가장 많은 신을 함께 했고 또 그때 가장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정보석 선배님은 자신보다는 상대역을 받쳐주는 연기자세요. ‘이 장면에서는 네가 주인공이니 너를 빛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선배님께 배운 대로 제가 돋보일 생각을 버리고 상대역 황정음 씨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매 신마다 주인공 역할이 다르기 마련인데 그때 상대 연기자가 잘 받쳐주는 게 성공의 관건이더라고요. 선배님께 천금을 주고도 못 배울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셈입니다. 훌륭한 선배님들을 모시고 함께 연기를 하다 보면 눈치껏 배우는 것들이 참 많아요.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 됩니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유리나 기자
사진: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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