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은 정말 ‘안녕하세요’가 되려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저희는 여기가 아니라 <안녕하세요>에 나가야 되요.” 새로 둔촌동에서 시작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옛날 돈가스집 사장님의 아내는 상황실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그건 농담이 섞인 것처럼 웃으며 건네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거기에는 진심이 어느 정도 들어 있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이 부부는 어딘가 이상한 면들이 있었다. 부제로 ‘기묘한 부부’라는 자막을 더해 넣은 건 제작진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기 때문일 게다.

첫 소개부터 이들은 주방에서의 냉랭한 관계를 주로 보여줬다. 남편은 아내가 하는 말에 별 대꾸를 하지 않거나 면박을 주는 모습이 많았고, 아내도 주방 일이 익숙하지 않은 지 아니면 습관이 잘못 들은 것인지 남편과 부딪치는 면이 많았다. 호텔 조리경력 17년 차라는 남편이지만 독립해 가게를 차린 후 손님이 없어 장사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는 옛날 돈가스집. 하지만 방송이 주목한 건 두 사람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데서 나오는 냉랭한 관계와 갈등 상황이었다.



백종원이 방문해 돈가스 좋아하냐며 한 달에 몇 번 정도 드셨냐는 질문에 아내는 엉뚱하게도 “잘 안해준다”며 “제가 먹는 게 아까운가 봐요”라고 답했다. 김성주는 이 상황을 보고 이 부부의 표현이 “거침없다”고 했지만 거기에는 무언가 앙금 같은 게 느껴졌다. 백종원이 시식을 하기 위해 상황실로 오게 된 부부는 거기서도 ‘거침없는’ 속내를 꺼냈다.

“누가 소개해 결혼했냐”는 질문에 “그 친구를 싫어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아내는 그래도 방송이라 할 법한 ‘아름다운 포장’ 따위는 없었다.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김성주의 지적에 아내는 “늘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고, 남편은 “못 들었다”고 주장했다. “항상 그런 식”이라 “365일 싸운다”는 얘기까지 꺼내놓는 아내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다 까발릴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성주가 애써 이건 <안녕하세요>가 아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걸 알리며 “남편 요리는 어떠냐”는 질문에도 돌아오는 아내의 답변은 또다시 ‘싸움 이야기’였다. “맛은 좋은데 보완해야 할 점을 얘기해도 듣지 않아 싸운다”는 것. 출연자가 독특해서 생겨난 이야기들이었겠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주로 집중했던 음식과 상권에 대한 이야기와는 많이 떨어진 등장인물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채워졌다.

이번 둔촌동편의 출연자들이 대부분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음식점들도 이상하게 그 관전 포인트가 음식과 상권보다는 그 인물의 사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닭갈빗집 사장님은 21년 경력을 갖고 있어 닭갈비에 대한 변화가 두렵다고 했다. 대신 사이드 메뉴에 대한 솔루션을 기대하고 있었다. 백종원으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프로그램에 임해야 백종원도 편하게 솔루션을 줄 수 있지만, 닭갈비에 변화를 주는 게 두려우며 대신 사이드 메뉴 솔루션을 기대한다는 건 백종원이 할 수 있는 일의 여지를 별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요리가 문제가 아니라 이 사장님이 가진 마인드가 더 큰 문제였다.



‘기묘한 부부’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옛날 돈가스집에 이어 튀김덮밥집은 ‘기묘한 커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젊은 사장님이 진두지휘하는 이 집에는 그 사장님의 어머니와 남자친구가 함께 일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됐다. 영국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 회사생활을 하다 식당을 오픈했다는 사장님은 어머니고 남자친구고 일을 시키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어머니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딸만 아니면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만, 어머니 앞에서도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보이는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인 사장님이 시키는 일은 뭐든 군소리 없이 하는 편이었다.

물론 음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식재료들은 요리 초보인 이 가게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상황을 더더욱 불편하게 만든 건 이들이 사전에 보여줬던 마치 소꿉장난 같은 장면들이었다. 장사가 그리 호락호락한 건 아니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것이겠지만, 인물이 가진 문제들에 더 주목되게 만든 건 분명해 보였다.



마치 <안녕하세요> 같은 이상하고 기묘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뽑아내놓는 이유는 분명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지금껏 몰입도를 높였던 지점이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출연이었고 그들을 바꿔놓는 과정이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장사와 상권에 대한 문제보다 이상한 인물들에 대해 더 집중하는 관전 포인트가 보다 전면에 나오는 건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느끼게 한다. 김성주가 말했듯 이 프로그램은 <안녕하세요>가 아니니 말이다. 물론 <안녕하세요>도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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