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가짜 ‘좋아요’ 세상의 진짜 좋음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 제목이 그래서 그런가. KBS 새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는 어딘가 옛날 드라마 같은 투박함이 있다. 김유정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고 그 분위기도 첫 회부터 자못 촌스러움을 담아내고 있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공효진)으로 불리는 까멜리아 술집 사장이 옹산이라는 지역에 내려와 겪게 되는 성장과 각성을 그리고 있다. 즉 ‘동백꽃 필 무렵’이란 제목은 이 동백이란 인물이 아직 무언가 때문에 피어나지 못했다는 뜻이고, 조만간 어떤 계기를 만나 피어날 거라는 의미이다.

일단 옹산이라는 지역이 가진 토속적인 사투리의 맛이 드라마에 각별한 정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정감 이면에는 지역사회가 갖는 만만찮은 편견들도 깔려 있다. 즉 젊은 여성 동백이 마을로 이사 들어왔을 때 지역 주민들이 던지는 편견의 시선들이 그렇다. 그 미모에 뭇 남성들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시선을 빼앗길 때, 이를 못마땅해 여기는 여자들의 시선이 겹치는 풍경이 그렇다. 하지만 유모차를 보고는 기혼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여자들과 실망하는 남자들의 풍경 또한.



하지만 동백이 실은 꽃집이 아닌 술집을 열었다는 것과, 기혼이 아닌 미혼모라는 사실은 그에 대한 막연한 편견들을 다시 피워낸다. 술집에서 술을 판다고 마치 웃음도 팔아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손님들에게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는 듯싶다가도 동백은 어느 순간이 되면 딱 부러지게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즉 어떤 일 때문인지 자존감이 떨어져 있지만, 그게 동백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계기를 만나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를 각성하게 되면 불쑥 드러낼 존재감의 인물이라는 것.

그 계기가 되어줄 인물이 바로 황용식(강하늘)이다. 밀당 따위는 모르는 듯 싶은 이 어쩌다 눈에 밟히는 범죄 현장을 그냥 넘기지 못해 범인들을 경찰보다 많이 잡고 그러다 순경이 된 인물은 동백을 도서관에서 보고는 한 눈에 반해버린다. 오로지 직진만 할 것 같은 이 인물이 아직 피지 못한 동백을 만개하게 할 거라는 기대감이 첫 회부터 제시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쌈, 마이웨이>를 썼던 임상춘 작가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평이해 보이는 사랑이야기가 청춘들이 겪는 사회적 사안들로까지 울림을 줬던 전작처럼, 이번 작품도 만만찮은 사회성을 바닥에 깔아놓고 있다. 그것은 진짜의 삶과 가짜의 삶에 대한 것처럼 보인다. 시골에서 만나 재지 않고 진짜 사랑에 빠져버릴 동백과 황용식의 관계는 그래서 도회적인 삶을 살아가는 프로야구 선수 강종렬(김지석)과 그와 속도위반으로 결혼해 SNS 스타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제시카(지이수)와 대비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금슬 좋은 부부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독박육아를 하는 강종렬과 별거해 SNS에 자신의 24시간을 올리며 ‘좋아요’에 집착해 살아가는 제시카는 화려해보이지만 ‘가짜의 삶’이라는 것. 반면 시골 살이를 하면서 세련됨은 없어도 우직하게 “좋다”, “예쁘다”를 내놓고 말하는 동백과 황용식의 관계는 ‘진짜의 삶’이다. 이것이 바로 투박한데도 이 드라마가 입맛을 당기게 하는 이유다. 구수한 멜로 속에 담겨진 마음을 잡아끄는 ‘진짜 삶’에 대한 욕망이랄까. 그런 것이 이 드라마에는 공기처럼 퍼져있다. 훅 들이마시면 건강해질 것 같은 그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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