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장동건 vs ‘배우’ 김명민, 대중들의 평가는?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눈길을 끄는 두 배우가 있다. 참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이 우리 영화를, 드라마를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두 배우로 인해 대중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스타 시스템도 보다 확장된다.

매우 다른 배우의 길을 걸어온 40세 동갑의 두 연기자가 각각 주연을 맡은 영화 속에서 마라톤을 하고 있다. 한 배우는 일제강점기 제2의 손기정을 꿈꾸다 일본군에 강제징집 된 뒤 중국과 소련, 독일을 거쳐 노르망디까지 전쟁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파란만장 한 준식역을 연기한 ‘마이웨이’의 장동건이다.

또 한 배우는 마라톤 우승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투입되는 선수로 완주할 필요가 없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다 마지막 레이스에선 자신을 위해 완주하고자 하는 만호역을 맡은 ‘페이스메이커’의 김명민이다. 영화 280억원이라는 한국영화사상 최대 규모의 블록버스터‘마이웨이’는 지난달 개봉돼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퇴장을 준비하고 있고 ‘페이스메이커’는 설 연휴 시즌에 맞춰 개봉돼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두 영화의 주연을 맡은 장동건과 김명민은 1972년생 올해 나이 40세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이끄는 주역중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장동건이 1992년 MBC공채로, 그리고 김명민이 1996년 SBS탤런트 공채로 연기자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하는 유사점도 있다.

하지만 김명민과 장동건은 양극단의 문양을 가진 배우로, 한국 연기자사에 의미 있는 비교의 양축을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기자의 가장 큰 두 특성 즉 연기력과 스타성을 대변하는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장동건이 연예계에 데뷔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각 같은 외모와 스타성으로 무명의 기간 없이 단기간에 스타덤에 오른 반면 김명민은 오랜 무명 생활로 어려움을 겪다가 뒤늦게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배우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장동건은 1992년 탤런트 공채로 연예계에 입문한 후 1993년 ‘우리들의 천국’으로 청춘스타로 비상한 후 1994년 스포츠 트렌디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최고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장동건은 빼어난 외모와 출연한 트렌디 드라마의 성공으로 무명생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스타의 전리품인 CF모델로 각광을 받으며 인기와 함께 부도 축적했다.

이후 장동건도 방송사 공채 연기자들의 정해진 행보인 충무로로 건너가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패자부활전’등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 발을 디뎠지만 작품성과 연기력 모두 한계를 드러내 실패한 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장동건은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했고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배우로서 면모도 굳혔다.

장동건, 그가 맡은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배역에서 스타 장동건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나 존재감이 배어 있어 대중에게 인정받고 환호를 이끈 스타성에 비해 연기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장동건은 빼어난 외모와 대중이 환호하는 이미지를 구축해 국내 최고의 스타 뿐만 아니라 한류 스타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반면 김명민은 장동건과 사뭇 대조적인 연기자의 행보를 걸어왔다.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다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고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이민을 결심할 정도로 힘들었던 8년간의 무명생활을 거친 끝에 ‘불멸의 이순신’에서 시대에 부응한 인간의 얼굴을 한 이순신을 기막힌 연기력으로 잘 소화해 대중의 인정을 받는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후 ‘하연 거탑’에서의 권력의 분신 의사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이’에서의 천재이면서 괴팍한 지휘자 강마에 등 김명민이 아니면 도저히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내며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다.

김명민 역시 영화계로 건너가 ‘리턴’ ‘내사랑 내곁에’ ‘조선명탐정:각시 투구꽃의 비밀’ ‘페이스메이커’등 빼어난 캐릭터 분석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연기력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명민은 빼어난 외모나 대중의 환호를 유발하는 스타성을 가진 연기자는 아니다. 김명민은 온전히 캐릭터로 존재하는 배우다. 그래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김명민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다. 캐릭터의 진정성과 빼어난 연기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배우가 김명민이다. 김명민은 캐릭터의 확장을 통해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확대시킬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연기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김명민은 연기력만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은 받은 배우다.

이처럼 40세 똑같은 나이의 두 연기자, 장동건과 김명민은 사뭇 다른 배우의 길을 걸어왔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떠받치는 스타성과 연기력이라는 두 축을 각각 대표하는 연기자들로 우뚝 섰다. 이처럼 양극단의 연기자 문양을 보이는 두 연기자로 인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더 풍성해지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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