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이 장사는 노하우가 아닌 사람이라 한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결국 장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둔촌동편은 특히 그렇다. 옛날돈가스집의 가장 큰 문제는 돈가스가 느끼하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부부가 전혀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백종원은 그 사실을 지적하면서 가게의 좋은 분위기가 손님에게도 또 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조언해줬다.

실제로 일주일 만에 옛날돈가스집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아내가 뭐라 물어봐도 대꾸조차 없고, 도와주려 손을 내밀어도 “치우라”고 매몰차게 말하던 남편은 자신이 그간 잘못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부부는 스스로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고 엇나간 관계를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



사실 남편이 그렇게 대꾸조차 하지 않았던 건, 가족이 함께 하는 가게들이 가진 또 다른 문제 중 하나였다. 어머님이 음식점을 한다는 정인선은 가족 같은 가게 동료는 좋지만, 가족이 동료인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가족이라 더 함부로 하기도 해서 오히려 갈등이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이었다. 남편은 아내와 트러블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꾸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갈등의 골을 키웠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일을 분담하고 때때로 애정 표현도 하면서 옛날돈가스집은 확연히 달라졌다. 백종원이 말한 것처럼 좋은 기운이 가게를 더 잘 되게 할 거라는 예감이 들게 만들었다. 장사의 성패에 있어 제 아무리 레시피나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었다.



결국 장사는 사람이 하는 거라는 걸 더 극명하게 보여준 건 지난주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모두 분노하게 만들었던 튀김덮밥집이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이 초보 음식점의 가장 큰 문제는 사장님의 잘못된 마인드였다. 사장이라면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그는 남자친구를 찾거나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지난주 백종원의 지청구를 듣고 변화했을 거라 여겨졌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튀김덮밥 대신 카레를 하기로 하면서 카레에만 집중했고 대신 그간 장사로 내놓는 튀김덮밥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백종원은 식당에 중요한 것이 두 가지라며 하나는 장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알맞은 메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집은 메뉴에만 신경 쓰고 장사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 아무리 메뉴를 바꾸기로 했다고 해도 진짜로 바뀌기 전까지는 그간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해 자신이 내놓은 음식에 대해 반응을 살피고 고민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조언을 듣고도 튀김덮밥집 사장은 여전히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내린 비로 가게에 다시 물이 새는 그 광경은 마치 이 도돌이표가 되어버린 상황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결국 백종원은 다시 ‘사장의 무게’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제 아무리 가족이고 엄마이고 남자친구지만 이 가게에서는 사장이 어려도 제일 어른이어야 한다는 것.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면 가게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18년 1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시작한 지도 어언 1년 반이 훌쩍 넘었다. 실제로 이 방송이 나간 후 화제가 되어 크게 성공한 식당들도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이제 출연자들 중에는 너무 쉽게 자신들이 얻고픈 레시피에만 집착하는 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솔루션을 포기한 닭갈빗집 사장님 역시 닭갈비 레시피는 바꾸고 싶지 않다면서 본인이 원한 건 거기에 어울리는 국물 레시피를 받는 것이었다. 튀김덮밥집의 문제도 레시피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장사는 제 아무리 좋은 레시피를 해줘도 기본을 지켜나가는 사람에게 있다는 걸 백종원은 거듭 얘기하고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가게에 레시피만 덜컥 주는 건 장사만이 아닌 인생의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향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겠다 마음 먹는 가게라면 이 점을 먼저 상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송 효과와 레시피만 쉽게 얻으려 하지 말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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