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롱런할 수 있는 비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독도는 정말 처음이다. 새로운 친구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반복과 새로움이 교차하는 MBC 에브리원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도전한 적 없는 독도를 갔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노르웨이에서 온 ‘선생님’ 친구들은 한국 방문이 결정되자 역사부터 파기 시작했고, 그들의 관심사는 역사적 영토적 분쟁이 현재진행중인 독도로 귀결됐다. 다른 나라를 놀러가면서 이런 관심을 갖는 것 자체도 흥미를 이끌었지만 “알아본 바에 따르면 독도는 한국 영토다.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그랬다”면서 “직접 그 현장에 가서 배우고 싶다”고 견해를 밝히기까지 하니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노르웨이 친구들의 세 번째 여행은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극소수만 찾아가는 독도를, 어렵게 배가 뜨더라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독도를, 1년 중 대략 50일 정도만 입도가 가능한 외딴 섬 방문을 짧은 일정 속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녀왔다. 포항에서 울릉도를 거쳐 가는 길만 어림잡아도 9시간은 걸리고 최소 2박을 빼는 것은 물론 그러고도 운이 좋아야 30분 정도 입도할 수 있는 독도를 큰 기대를 갖고 찾아가는 여정도 남달랐다. 기차 안에서 대전과 대구를 만날 때마다 도시에 대한 공부를 했고, 고속 열차 여행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독도를 가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여러 기회비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사와 갈등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의 진지함과 행동력은 지난 시즌 독일 친구들이 DMZ에 가졌던 관심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노르웨이에서 온 선생님 군단은 사전미팅 때부터 독도 이야기를 하며 제작진을 당황시키더니, 제작진들이 나동그라질 정도로 거친 동해바다에서도 바이킹의 후예답게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울릉도 여행의 첫 행선지도 독도 박물관으로 잡고 섬 여행을 시작했다.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을 직접 보고 싶다” “책으로 배운 건 있지만 쟁점이 되는 지점들을 직접 보고 싶다”면서 눈앞으로 다가온 독도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박물관과 전시 내용을 정말 열심히 탐독했다. 그리고 공부한 결과를 토대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는 데까지 나아갔다.

동해바다를 노르웨이 바다와 별다르지 않다고 하거나 원시림처럼 울창한 울릉도에서는 “초록이 끝내준다, 정말 아름답다”며 감탄하고, 높은 습도에도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덕에 식물이 이렇게 울창하게 잘 자라는 것 같다며 울릉도의 자연 환경을 즐겼다. 당연히 먹거리도 빠지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비법인 명이나물에 따대기밥 싸 먹기, 독도새우와 회, 오징어 등등 울릉도 특산물과 해산물 파티를 제대로 만끽하는 와중에도 이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독도였다. 독도분쟁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그들의 문화적, 교육의 배경이 오히려 궁금해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즐기고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신선하게 바라보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기대, 한식에 푹 빠진 이방인들의 먹방, 메트로폴리탄 서울에 압도되고, 한국의 자연과 역사에 찬사를 보내고, 일상에 녹아든 테크놀러지에 경외를 보내는 흔히 말하는 ‘국뽕’의 요소들에다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을 통해 보이는 국가별 국민성을 역으로 엿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인지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 그동안 히트한 친구들의 국가를 살펴보면 교육체계가 발달하고 복지가 발전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단순한 관광보다는 역사적 분쟁 지역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지적호기심처럼 여행의 재미를 의미 있는 방문에서 찾는 건 색다른, 흥미로운 여행법이다. 따라서 여행은 노르웨이 친구들이 하지만 이들의 여정을 따라다니면서 이들의 시선이 닿는 곳과 시야를 배우게 된다. 단순히 우리나라를 좋아해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여행자가 되었을 때, 다른 나라를 바라볼 때 생각해 볼 지점을 만들어주는 공부다.



단 하루. 그것도 쫓기는 일정에서 찾은 독도인데, 하늘이 노르웨이 친구들의 정성에 감복했는지 독도로 향하는 바닷길을 열어줬다. 그래서 입도 관광과 선회 관광을 모두 누리는 기적에 가까운 행운을 누렸다. 단 30분만 있기 안타깝다며, 너무 아름답다며, 수영을 하고 싶다는 노르웨이 자연인 친구들은 독도에서 발을 딛고 서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견해를 독도촛대바위의 형상을 노르웨이산 버전으로 해석해 내놓았다. 물론 이 이야기는 장난스러운 발언이지만, 반복과 새로움이 교차하는 와중에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아가려는 진중함이야말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에브리원]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