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즌4, 시작 전부터 맥 빠지게 만든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 멤버 리멤버!” KBS 예능 <1박2일>은 과거 자주 이런 구호를 외쳐왔다. 10주년에는 ‘이멤버 리멤버’라는 주제곡을 만들 정도였다. 일단 멤버가 짜여지면 심지어 몇 년 간을 계속 변함없이 출연하게 되는 것이 <1박2일>이다. 그건 유사가족처럼 멤버를 구성하고 매주 시청자들과 친근한 유대감을 만들어내던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의 방식 그대로다.

KBS는 <1박2일>이 조만간 시즌4로 돌아온다고 공식발표했다. 지난 3월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멤버였던 정준영 논란이 터졌고, 이어 김준호와 차태현의 내기 골프 보도가 나오면서 결국 <1박2일>은 방송이 무기한 중단되었다. 시청자들은 폐지까지 요구했지만 KBS로서는 <1박2일>이라는 거의 상징화된 예능 프로그램을 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돌아온다 밝혔지만 시작부터 난항이다. 김종민만 남길 것이고 나머지 멤버는 다 바뀔 거라는 보도가 나왔고, 연정훈, 문세윤, 딘딘까지 출연할 거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KBS측은 아직 멤버 구성과 촬영일자, 방송일정 등은 확정된 게 없다고 거듭 밝혔다. 보도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종민은 상징적으로 꼭 합류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반대로 아예 싹 멤버를 다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연정훈, 문세윤, 딘딘 출연에 대한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워낙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무게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대체적인 호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멤버 구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건 <1박2일>이 요즘처럼 시즌제 예능이 나오는 시대에 과거의 방식대로의 편성과 제작을 고수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즉 보통 10회 정도로 시즌을 끊어서 가는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출연자 구성을 매번 조금씩 달리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멤버 구성에 대한 불편함도 어느 정도는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결정되면 길게는 몇 년 동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무한정 계속 출연하게 되는 멤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출연자가 마음에 드는 시청자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예 <1박2일> 자체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한 번 결정되어 몇 년을 출연하는 멤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그것이 일종의 수혜처럼 비춰지기 마련이다. 출연자들은 더더욱 대중들의 다양한 잣대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런 ‘이 멤버 리멤버’식의 멤버 구성은 이미 정준영 사태가 터졌을 때 프로그램 자체가 휘청하게 된 것처럼, 리스크 분산 자체가 되지 않는다. 한번 구성되어 죽 가는 멤버들은 좀 더 가족적인 유대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몇몇 멤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식의 멤버 구성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과거 시즌과 똑같이 만들어버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째서 굳이 과거 방식의 멤버 구성을 고집하려 할까.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적 틀은 지금도 여전히 유용하고 힘이 있지만, 그걸 운용하는 방식은 달라진 시대에 맞게 유연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 같은 방식이 아닌 좀 더 본격적인 시즌제로 구성한다면 멤버 구성도 다채롭게 시즌마다 만들 수 있고 또 완성도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게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10년이 훌쩍 넘게 과거의 제작방식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는 건 어딘지 새로 올 시즌에 대해 벌써부터 맥 빠지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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