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잡아라’, 곁가지 말고 본론을 이어갈 수는 없나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무 곁가지로 많이 흘러간다. tvN 월화드라마 <유령을 잡아라>는 그 기획 포인트가 꽤 괜찮다. 일단 지하철경찰대라는 소재가 그렇다. 흔히 형사물이라고 하면 끔찍하고 중대한 사건들만을 떠올리지만 그건 어딘가 우리네 일상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하철경찰대는 소재적으로 우리의 생활에 밀착되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구나 이용하는 곳이 바로 지하철이란 공간이니 말이다.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래서 중대한 사건보다는 이른바 ‘잡범’이라 불리는 사건들이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잡범’이라 불리는 것 자체가 어딘지 편견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해준다. 소매치기나 몰래카메라 혹은 성추행범들은 마치 생명의 위급을 다루는 범죄와는 다르다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몰래카메라 같은 경우 그 피해자는 일종의 ‘인격 살인’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하지만 <유령을 잡아라>는 이런 작아 보이는 사건들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 이 지하철경찰대에 들어온 유령(문근영)은 실종된 쌍둥이 동생을 찾기 위해 ‘지하철 유령’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고 있다. 그래서 경찰대에서 야근을 하며 고지석 팀장(김선호)으로부터 훔친 열쇠로 야밤에 지하철 선로로 들어가 지하철 유령을 찾아다닌다. 결국 이 드라마의 메인 스토리는 바로 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것이다.



코미디의 분위기를 더해 이른바 잡범들을 통쾌하게 잡아 넘기는 유령과 고지석의 티격태격 케미는 드라마를 발랄하게 만들어준다. 유령이 서울의 지하철을 모두 꿰고 있고 어디에 어떤 상점이 있고 CCTV가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가를 모두 외우고 있어 이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은 마치 만화 같다. 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모든 걸 꿰고 있는가의 이유가 동생을 찾기 위한 절실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건 이 이야기에 다시금 무게를 얹는다.

그래서 드라마는 메인 스토리로서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유령의 이야기를 세워놓지만, 어쩐지 그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다른 사건들을 곁가지로 채워 넣는다. 빚 독촉에 몰려 살인청부까지 하게 될 위기에 몰린 한 가장의 이야기가 그렇고,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린 성범죄자들을 때려잡는 에피소드가 그렇다.



물론 이런 소소한 이야기는 드라마에 경쾌한 재미를 부여하지만, 이 분량이 너무 많아지고 때론 너무 도식화된 에피소드는 드라마에 긴장감을 흐트러뜨린다. 이를테면 빚 독촉에 시달리는 가장과 그래서 청부 살인까지 요구받게 되지만 결국 설득으로 살인과 자살의 위기를 넘기게 되는 에피소드는 사실 너무 뻔할 정도로 도식적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진 메시지는 알겠지만 그것이 <유령을 잡아라>라는 지하철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 왜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적당한 메인 스토리에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더해 이어가는 스릴러 장르는 제대로 구성하지 않으면 곁가지가 줄기를 잡아먹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유령을 잡아라>는 소재적으로나 그 메인 스토리를 봐도 꽤 괜찮은 기획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그 괜찮은 기획이 빛을 발하려면 좀 더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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