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덧 비호감도 붙게 된 장동건을 위한 조언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영화 ‘마이웨이’ 초반 장동건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다른 참가자와 섞여있는 장면을 보니 꽤 나이가 들어보였다. 우리 나이로 41살이니 아무리 한국을 대표하는 꽃미남이라 해도 나이에는 장사가 없는가 보다.
 
나는 장동건이 ‘마이웨이’에서 신통치 않은 연기를 펼쳤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장동건이 이번 영화에서 이름값을 못했다는 건 몇몇 리뷰에서 지적됐었다. 나는 그의 연기력보다 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호감 일변도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왜냐하면 장동건은 고소영과 결혼한 2010년 5월까지도 ‘안티’가 거의 없는 완벽한 스타였기 때문이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완전무결했던 스타가 어느덧 비호감도 붙게 된 것은 연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항상 장동건의 연기를 보면서 시원하지 못하고 뭔가 좀 갑갑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항상 좋은 이미지의 연예인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장동건을 거품이 낀 스타로도 보는 것 같다.
 
장동건이 스타성과 호감도를 동시에 강화시켜 온 것은 조각미남으로 표현되는 비주얼과 예의바른 태도 때문이었다. 이런 자세는 장동건을 매우 성실하게 여기게끔 만들었다. 연예인은 유명해지면서 가끔 말실수도 하고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이기 마련인데 장동건은 방송계의 유재석 못지 않게 철두철미한 자기관리로 유명했다.
 
내가 장동건을 처음 본 것은 드라마 ‘아이싱’(1996년)과 ‘의가형제’(1997년)를 할 때였는데, 그때만 해도 예의가 깍듯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대중반이었던 그는 말은 별로 하지 않았지만 어린 것 같았고 별로 개념도 없어보였다. ‘의가형제’때의 연기는 요즘 말로 하면 ‘발연기’였다.

하지만 2000년초반에 다시 만난 장동건은 크게 변해있었다. 어떤 멘토의 가르침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2001년 영화 ‘친구’를 통해 크게 유명해졌음에도 매우 겸손해져 있었다. 한마디로 듬직해보였다.
 
2002년작 블록버스터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흥행 실패 이후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영화 ‘해안선’에 출연했던 자체도 겸손한 자세를 보여준 하나의 예라 하겠다. 장동건은 연기력이 눈에 띄게 발전하는 배우가 아니었음에도 완전무결한 모습으로 보였음인지 오랫동안 언론의 비판을 받지 않았다.
 
장동건이 요즘 대중에게 별로 좋지 않는 소리를 듣는 이유로 대중과의 소통부재를 꼽는 사람도 있다. 가끔 영화에 출연하고 CF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음에도 TV의 예능물 같은 곳에 나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소탈한 면을 가끔은 보여달라는 요구도 좋지만 그런 곳에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 처음으로 토크쇼인 ‘박중훈쇼’에 출연했던 장동건은 기대 이하였다. 강호동은 ‘무릎팍도사’에서 장동건에게 출현해달라고 노래를 불렀고, 게스트로 나온 공형진에게는 장동건에 대한 질문만 계속 늘어놓을 정도였지만 정작 토크쇼에 나온 장동건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장동건은 예능물에 나오지 않아도 되지만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큰 실수다. 장동건은 폼잡는 배역이나 추상적이고 형해화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태풍’ ‘무극’ ‘워리어스 웨이’ 등 대작 위주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장동건의 특징처럼 돼버렸다.

스스로 망가지는 걸 두려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다. 꼭 망가지라는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 연기를 통해 자신을 다양하게 보여주라는 말이다.
 
정우성은 ‘똥개’에 출연했고, 지금은 드라마 ‘빠담빠담’에서 살인죄라는 누명을 쓰고 15년째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나온 양강칠을 연기하고 있다. 정우성도 ‘자체발광’ 조각 외모로 배우로 인정받기에는 불리하지만 이런 작품에 출연하면서 ‘인간’ 같은 느낌이 든다. 장동건보다 2살 많은 차승원도 ‘최고의 사랑’에서 ‘극뽀옥~’ 하면서 코믹 연기를 펼치며 망가졌다. 장동건은 최시원이 아니다. 40대 애아빠다. 배우를 계속 하려면 작품 선택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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